생태계 파괴·지구온난화 이른 더위
급하게 피어나는 꽃, 곤충에도 영향

오늘 감자를 심는데 낮에는 목이 탈 만큼 꽤 더웠다. '아직 3월인데 벌써?' 싶었다. 이렇게 기온이 오르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며칠 전에는 길가에 쌓일 만큼 눈이 펑펑 내리기도 했다. 비와 눈이 지나가고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 4월이면 빠른 더위가 시작될 거라고 한다. 서둘러 피운 꽃들이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를 견디느라 고생이다.

우리 마을에도 예쁜 벚꽃길이 있다. 그런데 점점 꽃피는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꽃이 피는 시기는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준다. 꽃이 피는 때에 따라 곤충이 움직이는 때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내에 멸절할 것이다." 이 말은 생태학자가 아닌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70%가 넘는 농산물이 꿀벌에게 도움을 받는다. 꿀벌은 꽃가루를 옮기는 역할을 하는데 이것을 수분(受粉)이라고 한다. 사소한 일처럼 보이지만 수분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다. 곤충들도 자연 흐름에 따라 일을 하는 때가 정해져 있다. 그런데 이상기후로 마구 피어나는 꽃들 때문에 곤충들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제는 인간이 꿀벌을 대신해 꽃가루를 묻히는 일을 하고 있다. 기후 변화는 꽃 피는 시기를 달라지게 하고 이것은 생태계에 큰 혼란을 주고 있다. 모두가 두려워해야 할 일이지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지 않다. 자꾸만 치솟는 지구 온도는 우리 삶과 바로 이어지는 문제다.

수많은 과학자가 지구 온난화에 따른 재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구 온도가 2도 올라가면 생물 15~40%가 사라지고, 기상 이변이 일어난다. 가뭄과 홍수, 사막화, 해수면 상승, 동식물의 멸종 같은 온갖 재앙이 닥치게 된다. 3도가 올라가면 전 세계 생물 20~50%가 멸종되고, 4도가 올라가면 남극 빙하가 모두 녹아 바닷가 도시들은 물에 잠겨 버린다. 5도가 올라가면 대지진과 쓰나미가 일상이 되고, 6도가 오르면 지구에 사는 생물은 거의 다 멸종하게 된다. 이것도 예측일 뿐,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먼저 지구 환경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생태학자나 환경학자들이 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우리 모두 지구에서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는 지구인이다. 지구인으로서 가져야 할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점점 더 빨리 사라져 가는 생명을 지켜내어야 한다. '대량 생산 - 대량 소비 - 대량 폐기'의 문명을 벗어나지 못한 인간은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지구를 더 빨리 죽어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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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둘러야 한다. 이대로라면 인간도 지구에서 살 수 없을 날이 머지않았다. 우리가 지금까지 보았던 꽃들과 들었던 새소리가 사라져 가고 있다. 이 모든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 꽃피는 봄을 잃어버리기 전에 지금 당장 멈추어야 할 일, 바꾸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자. 나 한 사람 물을 아낀다고,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다고 무슨 변화가 있을까 하며 미루지 말아야 한다. 불편한 노력으로 이름 모를 한 생명을 살려낼 수 있다면 그것은 지구에 살아가는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이다. 우리 모두 꽃피는 봄을 지켜내는 진정한 지구인이 되어 봅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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