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전문건설업체 "과다한 월례비 부당" 공동대응
월급 외 수백만 원 지급…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와

경남·부산·울산지역 전문건설업체들이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관행적으로 제공하는 '월례비'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각종 건설현장에서 시공사는 장비업체와 계약해 타워크레인을 임대하며, 장비업체는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임금을 주고 현장에 파견한다. 그리고 하청 전문건설업체가 주로 타워크레인 기사들과 호흡을 맞춰 공정을 이어가는 식이다. 그런데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장비업체에서 받는 임금 외에 전문건설업체들로부터 가욋돈을 받는 부분이 있다. 이른바 '월례비'라 불리는 돈이다.

지역건설업계 관계자는 "월례비는 법에 없는 부분이다. 과거 1980년대 현장에서 고마움의 표시로 담뱃값·간식비 식으로 주는 것에서 시작됐다"며 "그런데 이것이 만연되면서 지금은 기사들에게 몇백만 원씩 주는 규모로 커졌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2년 전 부울경지역 업계에서는 월 350만 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잠정 합의를 했다"며 "한동안 잘 지켜지다 지난해 말부터 다시 무너지면서 이제는 500만~600만 원, 많게는 1000만 원 이상 부담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사장에 나가보면 현장소장들이 타워크레인 기사들에 대한 성토를 엄청나게 한다"며 "그래도 공정 진행을 위해서는 이런저런 요구를 어쩔 수 없이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이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28개 업체가 참여한 부산울산경남철근·콘크리트협의회는 △산출근거도 불명확한 월례비를 부당하게 요구하지 말 것 △원청사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을 해줄 것 △타워크레인 기사에 대한 노무관리를 원청사 혹은 사용업체(하청)가 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철근·콘크리트협의회 관계자는 "지난 회의에서 추가근로수당 등을 모두 포함해 월례비 수준을 최대 500만 원을 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며 "그동안 특히 부울경지역이 심했는데 이 정도면 타 지역과도 어느 정도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철근콘크리트협의회 관계자는 "다음 달 전국 단위 간담회 활동 등을 통해 공동 대응을 할 예정"이라면서도 "하지만 일선 업체들이 공사 현장에서 피해를 볼 수도 있어 매우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문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수면 위에 떠올랐다. 특히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관련 글이 등장했다.

한 청원인은 '기본 월급도 받아가고 따로 월례비 받아가면서 작업하고, 돈 안 주면 물건 안 떠준다고 배짱이고 명절이면…' '타워기사님들이 현장 근로자들에게 슈퍼갑으로 통하는데 집단이기주의 해결방안을 요청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청원인은 '타워크레인 운전원에 현장은 절절매고 있다'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도내 한 타워크레인 기사는 현장의 복잡한 사정을 설명하면서도 "(월례비가) 몇년 전부터 과해진 것은 사실이다. 자정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부울경 타워크레인지부는 "기사들이 업체들과 적정선에서 주고받는 것에 대해 노조가 하나하나 간섭하기는 어렵다. 기사들이 소속된 장비임대업체 등에 공문을 보내고 있는데 적극적으로 제재할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는 "월례비 문제는 근로관계법에 직접 연관된 규정은 없지만 문제의식을 두고 있다"는 견해를 나타내면서 현황 파악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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