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죽기 직전 아내 전화 한통 때문에 살아났으니. ‘사기도박 동료 해상콘도로 유인해 살해 시도’한 사건은 웃긴다고들 한다.

범인은 51세였다. 8년 전, 상대 카드를 알 수 있는 사기도박용 특수렌즈를 피해자에게 제공했고, 몇 달 전에 또 제공했지만 대가를 주지 않았다. 이 바닥도 상도덕(?)이 중요해서는 돈을 안주니 복수를 하고 챙기려 했던 것이다.

후려칠 해머를 준비하고 시신을 훼손할 조경용 가위, 공업용 칼, 비닐봉지, 작업복, 작업화, 장갑……. 범인은 피해자에게 5000만 원 판돈을 가져오게 하고 해상콘도로 유인했다. 해머로 뒷머리 등을 몇 번 내리쳤고 피해자는 결사적으로 저항했다. 이때 피해자의 아내에게 영상 전화가 걸려왔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용케, “죽이려 한다”고 통화했다.

놀란 범인이 줄행랑을 쳤고 잡혀서는, 지난 14일 빨간색 ‘뿅뿅이’ 망치를 들고 얼결에 또는 태연히 사건 현장을 재연했다.

시간이 지나, 미수에 거치지 않았다면 연장을 들고 실행했을 범인의 행동들이 몇 번 떠올랐다. 토막을 내 비닐에….

하지만 통화에 놀라 도망간 걸 보면 간이 큰 것 같지도 않고, 평범하게 생긴 얼굴이며 “칼 말고 망치로 죽이려 했다면 범행이 어설픈 것 같다”는 해경 이야기도 들었다. 여기에 범인에게 두 번 씩이나 사기를 친 피해자는 또 무슨 ‘통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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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감정이란 게 없었던 게 갑자기 튀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숨어 있던 게 상황에 처해 결국 드러나는 것인데, 새삼 두 인간의 죽고 살고의 극단적 이면을 꽃피는 이 봄날에 봤다.

죄 값인지, 한 명은 오래 살겠고, 해머 맞은 이는 중상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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