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평균보다 해마다 1.3%p 낮은 성장률
걸음마 단계 ICT MICE 분야 육성 절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 때 내세운 이 구호처럼 오는 6월 전국 지방동시선거를 앞두고 여러 후보가 저마다 경남 혹은 지역경제를 살리겠다고 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경남도지사 시절 ‘3개 국가산단 유치’, ‘채무 제로’, ‘미래 50년’, ‘미래 먹을거리 5+4 창출’ 등 현란한 구호를 내세웠다. 심지어 작년 대선 때 도지사직을 사퇴하면서도 경남경제 밑그림을 다 그려 놓아 경남은 앞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 발언을 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올 2월 초 경남도청 싱크탱크인 경남발전연구원은 올해 경남경제가 또다시 국내 평균 경제성장률에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경발연이 예상한 올해 경남경제성장률은 약 1.9%였다. 정부와 산업연구원(KIET)이 예상한 올해 한국경제성장률은 약 3%(한국은행 2.9% 전망)였다. 전국 평균보다 올해도 약 1∼1.1% 못 미친다. 문제는 올해만이 아니다. 2010년 이후 경남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8년간 전국 연간 경제성장률 평균은 3.065%였지만 이 기간 연간 경남경제성장률 평균은 1.75%였다. 전국 평균보다 해마다 1.3%p 낮은 성장률이었다.

이 기간 도지사를 한 이들은 김태호·김두관·홍준표 전 지사다. 여야, 민주당·자유한국당 출신이 섞여 있다. 각 정당이 네 탓을 하기에도 애매하다. 누가 더 큰 책임이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는 있지만 그게 현재 위기에 대안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 상황에서 올해 2월 GM의 한국 철수설에다가 3월 초 도내 중견 조선사인 성동조선해양(통영)·STX조선해양(창원)에 대한 정부 구조조정이 발표됐다. 성동조선은 법정관리로 갔고, STX조선은 현장직 노동자의 75%를 자르거나 아웃소싱하란다. 현장 노동자에게는 거의 ‘폭력적’인 수준이다. 후속 고용 대안 없이 노동자가 결국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사기업은 늘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해당 기업 퇴출 혹은 산업 붕괴 시 받을 실직에 따른 사회 불안,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방안이 있어야 한다. 그게 ‘국가’고 ‘안정된 사회’다.

‘다이내믹(Dynamic) 코리아’를 보는 시선에는 ‘역동적’이라는 뜻 말고 ‘불안정한 사회’라는 비웃음이 숨어 있음을 잊지 말자. 한국의 불안정한 산업정책, 불안정한 고용정책이 미취업자, 실직자를 더 ‘불안’하게 한다. 한국사회의 고용양극화는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에게 군산공장 정규직이 이곳으로 전환 배치돼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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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경제의 이런 어려움은 80년대식 산업정책으로 일관한 정책 실패 탓이 크다. 게으름이 빚어낸 ‘소프트 파워 부족’이라는 구조 문제다. 경남에는 지금 요란한 구호를 내세우는 정치 지도자가 아닌 조용히 걸음마 단계인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절대 부족한 MICE 산업 등 ‘소프트 파워’를 키울 이가 정말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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