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큐빅하우스 5월 6일까지 두 전시
내재된 곡선…위생도기 등 '곡선 아름다움'탐구
세라믹루키…현대도자 제작기법·재료 확장 모색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큐빅하우스에서 한창 열리는 '세라믹루키전', 소장품전 '내재된 곡선'을 들여다보면 세계 최초 건축도자전문미술관의 비전이 선명해진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도자미술과 건축이 영감을 나누는 곳이다. 환경 일부로 존재하는 도자물을 도시나 공간에서 예술화한다. 순수미술과 응용미술이 교류하며 흙이라는 무한한 가능성을 도자라는 장르로 보여준다.

큐빅하우스 갤러리 4에 들어서자 '내재된 곡선'이라는 주제로 모인 소장품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작가 10명의 작품 모두 부드럽고 유려한 곡선을 가지고 있다.

황재원 작 '퐝의 세계'. /이미지 기자

관람객들에게 휴식과 안정을 주겠다는 미술관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면서도 현대미술의 오브제에 새삼 놀라게 된다. 작가가 내포한 상징과 의미를 따져보면 작품을 쉽게 지나칠 수 없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가 4명은 일상적인 소재인 위생도기를 작품화했다.

용환천 작 '담을 수 있는 어떠한 것'. /이미지 기자

빌마 빌라베르데(아르헨티나)의 '기다림'이라는 작품은 1917년 마르셀 뒤샹(프랑스)이 남자 화장실 소변기를 '샘'이라는 이름을 달고 내놓았을 때의 신선한 충격을 떠올리게 한다. 긴 시간이 흘렀지만 전시실에서 마주하는 욕실 속 도기는 여전히 낯설다.

빌마 빌라베르데 작가는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비데를 작품제작에 이용하면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는다. '기다림'은 작업실 바닥에 오랫동안 방치되어있던 비데가 여자의 코르셋처럼 보이기 전까지 무엇이 될 수 있다고 생각지 못했다. 작가는 비데를 이용해 여성의 인체를 완성하기 시작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큐빅하우스에서 5월 6일까지 '내재된 곡선'전과 '세라믹루키'전이 열린다. 사진은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빌마 빌라베르데 작 '기다림'. /이미지 기자

또 에릭 리오(프랑스) '무제', 웨이 화(중국) '얼굴:6월 1일 어린이날', 용환천 '담을 수 있는 어떠한 것'은 세면기를 활용해 사회적 개념을 설명하고 규칙성을 내포한 원형의 원리를 보여준다. 오브제 사용은 새로운 표현방식이 아니지만 전통적인 도자기 제작방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데 큰 역할을 해낸다.

이 외에도 이상갑 '선에서 점으로', 김홍주 '무제' 등 도판 위 그림들은 도자와 회화 사이에서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무한대의 창작활동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작업은 중진 작가가 아닌 신진 작가에게도 크나큰 영감을 준다.

양형석 작 '틈새'. /이미지 기자

큐빅하우스 갤러리 5·6에서 만날 수 있는 '세라믹루키전' 양형석, 황재원 작가는 제작 방법과 재료에 따라 무한하게 변신하는 현대 도자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자신의 별명 '퐝스(FFANG'S)'를 인용해 '퐝스월드'라는 작품을 선보인 황 작가는 한 소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선에 서 있다. 소녀는 드로잉으로 그려지고 조형토 조각으로 빚어지기도 한다.

지난 24일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아티스트 토크에 참여한 그녀는 "인형 작업을 많이 했다. 평면으로 넣어볼 수 있을까, 부조로 붙여볼까, 아크릴로 색을 칠할까 여러 고민을 했다"고 설명했다.

에릭 리오 작 '무제'. /이미지 기자

양형석 작가는 제주 고사목수형(구멍이 뚫린 고사목 속으로 용암이 흘러들어가 고사목 내부의 갈라진 나뭇결과 불타버린 숯 질감, 썩은 잔유물과 곤충들의 집 모양에 맞춰 용암이 굳어 생성된 돌)을 작품화하는 데 집중한다. 고대도시 같은 형상을 추상화하는 과정을 거쳐 고사목수형을 그대로 표현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돌이 아니라 흙의 본질을 어떻게 작품화할지 고민한다. 그는 흙의 마름 상태에 따라 찢는 방법을 달리해 회화성을 극대화했다.

두 작가의 작품 70여 점을 들여다보면 도자 예술의 확장이 어디까지일까 궁금해진다. 건축 도자의 미래가 이곳에 있었다.

전시는 5월 6일까지. 입장료 2000원. 문의 055-340-7000.

이상갑 작 '선에서 점으로'.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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