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선거 두고 당내 갈등 격화…정책 대결서 차별화 못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체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비민주적·독선적 당 운영과 막말 논란에 더해 지방선거 후보자 영입 실패, 지지율 정체 등 가히 총체적 난국이라 할 만하다.

이들 요인 가운데 앞의 두 가지는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 새삼스럽지 않은 측면이 있다. 결정적 기폭제는 결국 6·13 지방선거를 둘러싼 당 전반의 우려라고 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지역이 바로 경남 그리고 서울이다.

홍 대표가 '대표직'까지 걸며 승리를 장담한 광역단체장 6곳 중 후보 공천이 난항인 지역은 경남이 유일하다. 서울은 그 상징성이나 전국적 파급력 면에서 중차대한 격전지지만 홍정욱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석연 전 법제처장 등 홍 대표가 입에 올린 인사마다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당내 다선·중진 의원이 중심인 반홍 진영은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한때 홍 대표 우군이었던 이주영(창원 마산합포) 의원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이 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훌륭한 인재를 찾기 위해서는 가까이 있는 인재부터 보살펴야 한다. 당 대표 말에 조금이라도 반대 의견을 내면 제명 등으로 협박하는 불통의 정당에 인재가 모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그러나 이 의원 등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따뜻한 지역에서 할 일 없이 선수(5선)만 쌓아놓고 무슨 역할이 있나?"며 "그럼 당을 위해 경남지사 선거에 나갔어야지, 겁이 나서 꽁무니를 뺐다. 그러면서 지금은 지방선거 승패는 관심도 없고 나보러 서울시장 나가라며 당권 찾을 생각만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 지지율 문제도 홍 대표 시각은 다르다. 홍 대표는 "요즘 여론조사는 터무니없는 게 많다"며 "대구·경북·울산은 광역단체장 압승을 자신하고 부산도 현재 박빙이지만 이길 것으로 본다. 경남 또한 김경수(더불어민주당·김해 을) 의원이 나오든 안 나오든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지역은 몰라도 최소한 영남에서 석권은 자신하는 것인데 근래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매주 정례 조사를 진행하는 한국갤럽(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기준으로, 전국 지지율만 보면 당내 비판세력 말이 맞다. 한국당은 지난해 5월 대선 이후 단 한 번도 지지율 15%를 넘긴 적이 없다. 매주 10% 안팎을 맴돌다 최고치를 찍은 게 지난주(3월 셋째) 14%다.

주목할 것은 경남·부산·울산과 대구·경북, 즉 영남권이다. 경·부·울의 경우 아주 높지는 않지만 2월 다섯째 주 20%를 기록한 후 20%(3월 첫째)→18%(3월 둘째)→17%(3월 셋째)로 양호한 흐름이고 대·경은 꾸준히 민주당과 대등한 지지율을 이어오다 지난주(3월 셋째) 31% 대 27%로 올 들어 처음 1위를 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한계가 뚜렷한 게 사실이다. 어느 요인을 뜯어봐도 홍 대표나 한국당이 '뭔가를 잘해서' '신뢰를 보여줘서' 지지율이 올랐다는 증거는 없다.

진짜 위기는 다른 곳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북정책과 개헌 공방에서 보듯 홍 대표와 한국당은 낡고 식상한 '과거 레퍼토리'에서 한치도 못 벗어나고 있다. "사회주의 개헌 음모"라느니 "남북 위장평화 쇼"라느니 홍 대표의 단골 논리가 대표적이다. 홍 대표는 인적·조직적 쇄신과 함께 보수 이념·정책 혁신도 공언했으나 매번 되뇌는 말은 '반북' '반공' '반좌파' '반정부'뿐이다.

홍 대표는 2004년과 2012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수세력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과 이명박 정권 심판론이 비등하던 그 순간, 박 위원장은 대정부 네거티브 공세 중단과 천막 당사 이전 등 파격적 행보로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 2012년 총선·대선을 내리 승리로 이끌었다.

지금 홍 대표와 한국당에는 이런 신선함과 의외성이 없다. '오직 한 곳만 파자'는 나름의 전략적 판단일 수 있으나 영남 민심이 언제까지나 호응할 리 만무하고 수도권 등 다른 지역의 타격이 간단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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