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본 미식가도 탐낸 몸이로소이다
지방 적고 단백질 많은 봄철 가장 맛있는 생선
눈 맑고 아가미 붉으며 꼬리지느러미 곧아야
도미 회-냉동 기술 발달로 대중화

도미 준말 '돔'이 이름에 붙은 물고기는 극조가 특징이다. 가시처럼 뻗은 지느러미 말이다. 납작하면서 몸 높이가 높다. 몸에서 머리가 차지하는 부분이 넓다.

도미 구경을 하려고 지난 22일 오전 10시께 창원 마산수협남성공판장 옆 시장을 들렀다. 이른 새벽 경매를 마친 중매인들이 점포 앞에 생선을 깔고 손님을 맞는다.

붉고 머리가 큰 물고기 두 마리와 검은빛이 돌며 색이 어두운 물고기 한 마리가 쟁반 위에 놓였다. '생선의 왕'이라 불리는 '참돔'이다. 자연산 도미는 통영 바다에서 잡아온 놈이다.

붉은색이 강한 놈은 자연산이며, 어두운 빛이 도는 놈은 양식이다.

자연산과 양식을 구별하려면 몸의 색과 더불어 콧구멍을 보면 된다. 콧구멍이 선명하게 두 개면 자연산, 하나로 이어진 듯 보이면 양식이다. 양식 도미는 갇혀 지낸 탓인지 꼬리지느러미가 성하지 않고 많이 닳았다.

참돔. 붉은색이 강한 아래 두 놈이 자연산. 맨 위가 양식 도미다. 색, 콧구멍, 꼬리지느러미로 구별하면 된다. /최환석 기자

3월 말 현재 한 마리 2만 원 선. 설 명절이 지난 덕분에 비교적 싸다. 자연산과 양식 가격 차이는 크지 않다. 오히려 양식 도미에 DHA, EPA(불포화 지방산)가 더 많단다.

요즘은 양식으로 참돔 공급이 늘면서 감성돔이 인기 1등 자리를 넘본다. 참돔보다 느리게 커서 양식 어종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감성돔은 멀리서 보면 대체로 검다. 가까이 보면 은빛을 띤 청색이다. 어두운 회색 가로줄 무늬가 더러 있다. 머리가 큰 모양새가 딱 도미스럽다. 참돔보다는 크기가 작다.

도미는 맛있다. 개인적인 입맛으로 평가하는 말이 아니다.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과 이노산 등 성분이 많아서다. 지방은 적고 단백질은 많다. 비타민 B1을 품어 피로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몸속 나트륨 배출을 돕고 혈압을 낮추는 칼륨·마그네슘도 많다.

좋은 도미를 고르려면 눈과 아가미, 꼬리지느러미를 보자. 신선한 도미는 눈이 맑다. 아가미는 붉은색이 뚜렷하면 좋다. 눈과 아가미로 고르기 어려우면 꼬리지느러미가 끝까지 곧게 뻗은 놈을 찾으면 된다.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씻고 나서 물기를 뺀다. 비늘이 크고 딱딱해서 꼼꼼하게 벗겨야 한다. 흡수력 좋은 종이 수건으로 감싸 랩을 씌우고 보관하면 된다. 머리는 찜, 탕 재료로 쓴다. 육수를 낼 때 써도 좋다. 버릴 것 전혀 없는 훌륭한 음식 재료다.

도밋과 생선은 잔치나 제사가 있을 때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대접을 받는 물고기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도미를 일품으로 친다. 값어치가 있는 물건은 흠이 있어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잖은가. 일본에서는 비슷한 뜻으로 '썩어도 도미'라는 말을 쓴다.

일본 미식가 기타오지 로산진(1883~1959)은 4·5월 아와지 섬과 혼슈 사이 바다인 아카시 해협에서 잡은 도미가 가장 맛있다고 말한다.

그런 그가 '조선 도미'를 극찬한 바 있다. 책 <로산진의 요리왕국>을 보면, 그는 1928년 옛 가마터를 탐사하고 도자기 원료를 모으려고 조선을 찾았다. 그해 5월 일정이었는데, 그때 기타오지 로산진은 옛 마산 등을 찾아 도미를 먹고 감탄한다.

"여기서 뜻밖에도 정말 맛있는 도미회를 듬뿍 먹었다. 내가 이제껏 맛본 아카시 도미보다 훨씬 나았다. 나는 가는 곳마다 먹고 또 먹으며 그 맛에 감탄했다. 이 지역에 이주해 온 일본인과 현지 지역민만 맛보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울 정도였다."

한반도 남단에서 자란 도미는 알을 낳으려고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 동쪽으로 향한다. 이 까닭에 아카시 도미가 맛있다는 4·5월께 한반도 남단과 일본 동쪽에서 잡힌 도미는 같은 맛을 선보인다. 부지런한 도미 덕에 한국인과 일본인은 같은 도미 맛을 공유하는 셈이다. 

감성돔. 대체로 검은 편인데, 가까이 보면 은빛을 띤 청색이다. 참돔보다 크기가 작다. /최환석 기자

◇도미 회 - 냉동 기술 발달로 대중화

도미는 쪄서 먹기도 하지만 횟감으로도 훌륭한 선택지다. 보통 살아 있는 생선을 잘라서 간장 등에 찍어 먹는데, 기본적으로 일본식 사시미다.

책 <식탁 위의 한국사>에 따르면, 지금의 사시미는 일본 에도시대 에도 앞바다에서 신선한 생선이 잡히면서 시작됐다. 냉장이 어려운 환경이어서 도미 사시미는 에도에서만 먹을 수 있었다.

냉동 기술 발달로 신선한 생선 사시미를 어디서든 먹을 수 있게 됐다. 기타오지 로산진이 극찬한 마산 도미는 시모노세키로 향했다. 1905년부터 조선 부산과 시모노세키 사이에 냉동 수송이 시작됐고, 로산진이 조선을 찾은 1928년에도 대부분 도미가 시모노세키에서 온 직매 선박을 타고 일본으로 팔려 갔다.

지난 22일 오전 창원 마산수협남성공판장 풍경. 질 좋은 생선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이다. /최환석 기자

해방 이후 사시미는 생선회로 대체됐다. 한국식 회는 바로 잡은 생선을 좋은 횟감으로 본다. 일본식 사시미는 대부분 생선살을 두껍게 썰어낸다. 생선 본연의 맛을 살리려는 까닭이다. 한국식 회는 일본식에 비해 얇게 썰어낸다.

<식탁 위의 한국사>를 쓴 주영하는 사시미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할 수 있었던 까닭을 "한국인이 동등한 자격을 가지고 일본 음식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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