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주변 환경 아이들 정서 영향 커
감성 더 키워주는 게 진정한 백년대계

세상이 온통 하얗게 눈으로 덮인 날이었습니다. 눈 내리는 교정 풍경에 정겨움이 한껏 묻어납니다. 3월에 내린 눈이 만들어낸 동화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노랗게 피어난 산수유 꽃 위로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였습니다. 수줍은 듯 피어난 동백꽃은 눈 모자를 썼습니다. 교문 옆 담장 가에 핀 설중매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져 나옵니다. 아이들은 신이 난 모양입니다. 등에 책가방 멘 채로 화단과 운동장 주변을 뛰어다닙니다.

쌤도 아이들 따라 눈 구경, 매화·산수유 꽃구경 나서느라 덩달아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이곳저곳 교정 풍경을 사진에 담고 있는데 삼삼오오 돌아다니던 아이들 몇몇이 살짝 다가왔습니다. 그중 한 아이가 대뜸 작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입니다. "쌤! 감성이 참 풍부하시네요." 그날따라 아이들 모습이 참 예쁘고 사랑스러워 보입니다. 칭찬해 준 아이들 마음이 한껏 고맙게 느껴지면서 한편으론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학교 건물과 화단 그리고 운동장 주변 풍경이 너무 단조롭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화단이 좀 더 넓었으면…. 학교 운동장 주변 숲 규모가 좀 더 커졌으면….

그런데 생각해보면 대부분 학교가 비슷합니다. 획일화된 건물 구조와 구획이 빚어낸 단조로운 풍경들뿐입니다.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네 부모 세대나, 선생님 세대가 다녔던 학교 모습에서 별반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운동장 가장자리엔 벚나무나 버즘나무, 느티나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건물 앞 화단엔 듬성듬성 심어놓은 가이즈까향나무가 제일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이런 나무들이 제대로 커 나갈 수 있다면 다행입니다. 어떤 나무들은 처절하게 잘리고 부러진 채 봄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창시절 뛰놀던 교정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학교 주변 환경이 아이들 정서 함양에 얼마나 큰 작용을 하는지는 굳이 맹모삼천지교의 예를 떠올리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요즘 새로 뜨는 아파트 트렌드 중 하나가 '숲세권'이라고 합니다. 숲세권은 숲이나 산이 인접해 있어 자연 친화적이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한 아파트를 말하는 신조어입니다. 전철이나 지하철, 기차역이 있는 곳이 제일 중요하다던 역세권 가치를 눌렀다는 말도 나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면서 숲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체육활동 하지 못해 안달인 아이들 보면서 좀 더 크고 풍성한 학교 숲이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지금이라도 학교 공간을 자연 친화적으로 꾸밀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숲이 있는 학교, 작은 연못이 있는 학교, 오래된 나무가 있는 학교, 화단에 봄꽃이 만발하는 학교. 생각해보면 이런 학교 만드는 것, 그렇게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도심 공원과 하천에 현재 진행형으로 쏟아 붓는 엄청난 돈 조금만 아껴 학교에 투자하면 쉽게 해결 가능합니다. 문득 4대 강 사업에 쏟아 부은 돈 생각하면 부아가 치밀어 오릅니다. 조금만이라도 아껴서 학교에 투자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윤병렬.jpg

이제 또 선거철이 다가왔습니다. 후보들 대부분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학세권'을 공약합니다. 선거철만 되면 교육은 백년대계라며 입을 모아 외치곤 합니다. 하지만, 크게 바라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조그만 휴식을 가져다줄 공간, 아이들 감성 키워 줄 수 있는 학교 화단과 숲이 좀 더 넓어지고 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영희야~ 철수야~ 너희도 감성이 참 풍부하구나!'하고 답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좋겠습니다. 학교의 나무와 숲 찾아온 꽃과 벌, 나비가 가져다주는 선물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픈 마음 간절합니다. 감성이 풍부한 아이들이 늘어나면 다툼은 적어집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