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일조량 부족 탓 13억 원 손해 주장…한전 "인과 관계 입증 어려워"

밀양시 상동면에서 깻잎·고추 농사를 짓는 유일영(65) 씨가 6년째 송전탑 피해를 호소해왔지만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해 한국전력공사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유 씨는 지난 2006년부터 3000평(약 9917㎡) 규모 비닐하우스에서 유기농법 재배 등으로 깻잎·고추 농사를 지어왔다. 7년간 순조롭게 농사를 짓던 유 씨 비닐하우스 바로 옆 평지에 765㎸ 송전탑 공사가 시작된 것은 2013년이다. 송전탑 설치가 완공된 시점은 2016년 가을이다.

유 씨는 송전탑 공사가 시작되고서 1년 뒤인 2014년 초 한전에 송전탑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해달라는 탄원(진정)서를 보냈다. 하지만 한전은 피해 내역 관련 서류를 보완해달라고 요구했고, 유 씨는 서류를 다시 제출했으나 "올해까지 전혀 보상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유 씨는 2014년 9월 한전(11일)과 밀양시(25일), 정부 고충처리분과위원회(25일)에 손해보상 내역을 담은 진정서를 보냈다. 당시 유 씨가 주장한 손해보상 내역(밀양시 상동면 금산리 1048-4, 5번지와 1049-5번지 작물하우스 5동)은 하우스 철거·신규 제작비, 작물 보상비, 소음·그늘로 수확 차질, 송전탑 주변 울타리 설치로 작물 동해, 송전탑 주변 가건물(컨테이너 2동) 폭우로 작물 침수 고사, 하우스 먼지·스트레스로 수확기 병해충 노출 등 총 13억 4100만 원이다.

이에 대해 한전은 2014년 9월 19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 전문가들이 송전탑에 의한 일조 방해가 농작물 수확량 감소를 유발한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용역 수행 거절 의사를 표명해, 한전 담당자가 구두로 설명하고 환경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며 "(하우스) 이주 요청은 '송·변전 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귀하(유일영 씨) 경작지는 이주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회신을 보내왔다.

그러나 유 씨는 같은 해 9월 말 한전 남부건설처에 이의 신청을 했고, 지금까지 계속 한전에 피해를 호소해왔다. 유 씨는 "이후 한전은 2017년 봄에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피해 보상액 24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말했지만 수긍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강조했다. 수긍할 수 없는 이유는 "유기농 재배 작물 보상, 이전 장소에 하우스 설치 등에 적어도 12억 5000만 원이 들기 때문"이라고 유 씨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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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송전탑. / 경남도민일보DB

덧붙여 유 씨는 "2012년과 2013년 연간 순수익이 2억 8000만 원이었는데, 송전탑이 들어서고나서 2014년엔 1억 9400만 원으로 줄었고, 2017년에는 5000만 원밖에 안 된다"고 토로했다. 매출이 줄어든 요인으로 인력난도 꼽았다. 깻잎·고추 농사에 필요한 인력을 구하려 해도 송전탑 아래서 일하면 몸에 좋지 않다는 생각에 아무도 오지 않으려 해 유 씨 부부 둘이서 농사일을 다 쳐내고 있고, 납품량을 못 채워 납품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유 씨는 "농사 피해뿐 아니라 오전 5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일하는 생활 공간이 하우스다. 아내가 소음 피해로 신경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면서 "2013년부터 지금까지 송전탑 피해 담당 한전 직원이 여섯 차례나 바뀌었다. 매번 말이 다르다. 확실한 대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유 씨 부인 원정숙 씨는 "한 사람이 조용히 말로만 피해를 호소하니까 한전이 눈도 깜빡하지 않는다. 그동안 많이 참아왔다. 하우스를 이전해서 농사지을 수 있도록 순수익을 계산해 보상해달라"고 촉구했다. 원 씨는 "한전이 피해 보상을 계속 외면한다면 4월쯤 부산에 있는 한전 남부건설처에서 1인 시위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 씨 부부 주장에 대해 한전 송전운영 관계자는 "지난주 (송전탑 선로에 쌓인 눈이 비닐하우스로 떨어져) 피해를 입은 비닐하우스는 현장에서 점검하고 모두 교체해주기로 했다"면서 "비닐하우스 이전은 법률적 기준에 근거해 보상액을 정하게 되므로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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