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파업·인원감축 비판…민중당 노사정 토론 제안

"30년 넘게 STX조선을 다녔는데, 이제 나가라고 하니 막막합니다."

26일 STX조선 노동자 650여 명이 전면파업을 하며, 거리로 나섰다. 금속노동조합 STX조선지회 전체 조합원 690여 명 중 산업재해로 다친 노동자를 빼고 모두 창원시 진해구 석동사거리에서부터 롯데마트 앞 사거리까지 1㎞ 구간에서 인간 띠를 이었다. 이들은 2시부터 3시까지 1시간가량 현수막을 들고 줄지어 섰다.

휴직자도 함께했다. 현재 STX조선 생산직은 400여 명이 출근하고, 나머지는 휴직 중이다. 노동자들이 든 현수막에는 '정규직 다 자르고 비정규직 고용하라는 STX조선!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입니까?', '피땀 흘려 일만 했다, 구조조정 웬 말이냐, 잘못된 정부 정책 즉각 폐기하라'고 적혀 있었다.

STX조선지회는 이날 거리로 나서기 전에 공장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했다. 노동자들은 전면파업 첫날 시민에게 STX조선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전하고자 선전전에 나섰다.

STX조선해양 노동자들이 대량 감원에 반대하며 26일 무기한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금속노동조합 STX조선지회 소속 조합원들이 창원시 진해구 석동 롯데마트 앞 교차로 인근에서 펼침막을 들고 거리 선전전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30년 동안 선박 검사를 했다는 김모(57) 씨는 "답답하다. 결혼을 늦게 해서 아직 애들 공부도 시켜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그만두면 많이 힘들어질 것 같다. 오늘부터 휴직에 들어가는데, 총파업을 해서 회사에서 결의대회를 하고 선전전을 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어렵다고 해서 휴직까지 감수하고 있는데, 회사에서 75%나 구조조정을 한다고 하니 많이 힘들다. 지금까지 맞벌이를 안 했는데, 얼마 전 아내가 일을 하러 나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12년간 조립 등을 해온 김모(36) 씨도 '참담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 씨는 "4살, 초등학생 아이 둘까지 해서 애가 셋이다. 참담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더 답답하다"고 말했다. 굳은 표정으로 동료 노동자와 현수막을 들고서 이같이 말했다.

권모(47) 씨는 구조조정 상황에 대해 '화가 난다'고 했다. 권 씨는 "회사 사정으로 지원 부서에 있다가 지난해 생산직으로 전환 배치를 받았다. 용접을 새로 배워서 1년가량 일해서 이제 익숙해지려니까 아예 일자리가 없어질 위기에 놓였다. 지금 상황이 너무 화가 난다. 왜 현장직을 없애고, 협력업체로 돌리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진짜 노조를 없애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STX조선지회는 27일 창원광장에서 현수막 선전전을 하고,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앞에서 결의대회를 한 후 노숙 농성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 STX조선 사측은 노동자 총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대화의 자리에 나와 달라고 요구했다. STX조선 관계자는 "이번 파업은 노조가 조합원 과반수 찬반 투표 등의 절차를 지키지 않은 불법 파업이다. 현재 수주한 선박 17척 중 5척을 작업 중인데, 파업이 2주 이상 지속하면 공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를 줄이라는 것은 회사가 아니라 정부의 요구다. 사무·기술직은 이미 2600명에서 625명으로 큰 폭으로 줄였기에 줄일 여력이 없다. 회사는 임금 80%를 보전하고 일자리를 보장하는 방법으로 아웃소싱을 제시한 것이다. 노조가 회사와의 대화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했다.

민중당 경남도당은 이날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TX조선 사태 해결을 위해 지방선거 후보자 전원에게 공개적 노사정 대토론회를 제안했다. 민중당은 "STX조선 정상화를 위해 지금까지 고통을 감내해 온 것이 현장 노동자들이다. 또다시 노동자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조정은 벼랑 끝에 선 노동자들의 등을 떠미는 살인행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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