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요구"-"개헌쇼 불과" 각 당 선거 유불리 '촉각'
교섭단체 3당 협상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예고대로 26일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 등 각 당의 이해득실이 주목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를 열어 지난주 공개된 대통령 개헌안을 의결하는 한편, 아랍에미리트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의 전자결재 후 국회 송부와 개헌안 공고로 발의 절차를 완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의 "대통령 개헌안은 촛불시민의 명령"이라며 지방선거와 동시투표 약속 이행을 정치권에 촉구한 반면, 한국당은 "사회주의 헌법 개정쇼"로 규정하면서 강력 저항을 천명하는 모습이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은 높아진 시민의식과 고양된 참여 민주주의를 토대로 국민발안제, 국민소환제 등 직접 민주주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며 "정치권은 당리당략과 선거 유불리를 떠나 6월 개헌을 위해 성실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정례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정 의장,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연합뉴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에 맞서 "대통령의 일방적 개헌안이 발의되는 오늘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 독재 대통령이 되는 날"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고치자는 국민 여망은 깡그리 뭉개고 사회주의 체제 변경을 시도하는 개헌쇼는 대한민국을 혼돈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대 양당 모두 '다목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익히 알려진 대로 문 대통령 개헌안이 실제 국민투표에 부쳐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내용을 둘러싼 논란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한국당이 개헌 저지선인 국회 의석 3분의 1 이상(116석)을 확보한 까닭이다.

물론 한국당이 태도를 바꾸면 대통령안은 아니더라도 지방선거 때 개헌투표는 가능할 수 있다. 5월 4일 전까지만 여야 합의를 이루면 국회 공고와 본회의 의결, 대통령 국민투표 공고 및 6월 13일 투표 모두 문제가 없다. 때마침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여야 교섭단체 3당은 이날 정례 회동을 통해 개헌안 협상에 돌입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정치권 분위기는 그러나 비관적 전망이 압도적이다. 겉으로는 '사회주의 개헌' 운운하지만 한국당의 '진짜' 관심은 지방선거 유불리다. "지방선거와 개헌을 함께 하면 '정권심판론'이 전부 개헌 이슈로 희석된다"는 홍 대표의 우려가 그렇다. 안 그래도 정부·여당 지지가 하늘을 찌르고 한국당 지지율이 저조한 판국에, 개헌을 매개로 여권 지지층까지 결집한다면 한국당은 호언한 '광역단체장 6석'은커녕 참패를 못 면할 수 있다.

여권은 반대로 손해 볼 게 별로 없는 카드다. 개헌에 대한 국민 지지가 높을 뿐만 아니라, 그간 비판적 입장을 취해온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마저 우호적 태도로 선회하고 있다. 문 대통령 개헌안에 정당 득표와 국회의석 비율을 최대한 일치시키는 '비례성 원칙'을 명시한 게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한국당의 딜레마는 26일 노회찬(정의당·창원 성산) 원내대표 발언에 그대로 담겨 있다. 노 대표는 이날 상무위원회에서 "문 대통령 개헌 발의를 원색 비난하는 한국당이 아직도 제대로 된 개헌안을 내지 않고 있다. 그저 개헌반대세력이라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CBS·리얼미터가 지난 23일 진행한 대통령 개헌안 관련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잘됐다'는 응답이 64.3%, '잘못됐다'는 28.5%였다. 한국당 '최후의 보루'인 경남·부산·울산(57.1% 대 30.2%)과 대구·경북(55.7% 대 32.8%) 역시 지지 여론이 크게 우세했다.

이대로라면 대통령 개헌안 국회 상정 및 통과 저지는 가능할지 몰라도, 정치적·내용적으로는 고립을 자초,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게 현재 한국당 형편이다.

최악보다는 물론 차악이다. 지방선거-개헌 동시투표라는 확실한 위험 부담을 안느니 '반개헌세력'이라는 낙인과 불명예가 차라리 낫다고 한국당 측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방성'과 '색깔'을 집중 부각하면서 호시탐탐 보수세력 결집도 노려볼 수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현 정부는 국민도 국회도 안중에 없다. 오만 방자하게 오로지 지방선거와 대통령 권력만 집착하고 있다"며 "한국당은 국회 룰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이 아닌 국민께 권력을 되돌려 드리는 개헌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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