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합천군에도 보도연맹 학살 광풍이 불었다. 강씨 형제는 이 광풍으로 부모를 잃었다. 후환을 두려워한 경찰이 어린 강씨 형제마저 죽이려 했으나 다행히 몸을 숨겼다. 형제는 어린 나이에 흩어졌다. 형은 양반집 머슴으로, 동생은 친척집 눈칫밥으로 살았다. 어릴 때 헤어진 형제는 마주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말이 형제지 남보다 못했다. 작년, 형제는 '부모 목숨 값'으로 정부로부터 1억 1400만 원을 받았다.

형은 동생에게 3000만 원을 주고 보상금 중 일부를 부모 납골당을 짓는데 사용했다. 그러자 동생은 형을 횡령으로 고소했다. 형의 통장을 압류하고도 동생은 1000만 원을 덜 받았다고 한다. 월세 16만 원짜리 방에 사는 동생은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형 집에 법원 집행관과 함께 쳐들어갔다. 가난한 형제는 칼부림 직전까지 갔으나 법원 집행관이 말려 피는 보지 않았다. 그 1000만 원 때문에 형제는 말년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렸다.

우리 사회의 밑바닥 계층 중 일부는 이렇게 해방~한국전쟁기에 좌익혐의로 부모를 잃고 떠돌던 사람들이다. 이 얘기를 남에게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몰랐을 뿐이다. 희생자 자녀는 공부를 할 수도 없었고, 천운으로 공부를 조금 해도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대체로 그저 소작농이나 하청 노동자로 평생을 살았다. 이제 희생자 자녀 또한 거의 죽거나 인생 끝자락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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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가운데 강씨 형제는 그나마 낫다고 할 수 있다. 부모가 왜 죽었는지 기록에 남았고, 그걸 토대로 몇 푼이라도 받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아직도 부모가 왜 죽었는지 모르는 이들, 죽은 이유를 알아도 보상은커녕 기록조차 남기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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