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서 사용하는 부정플레이
구속된 두 전직 대통령 수법과 유사

북한의 '핵'(Nuclear)미사일 얘기가 아니다. 게임에서 사용되는 편법 프로그램을 속칭하는 '핵'(Hack)이다. 국내 게임회사가 제작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배틀그라운드'(Playerunkwon's Battleground)가 최근 '핵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한 전장에서 100명의 플레이어가 전투를 벌여 최후까지 생존하는 게 목적인 게임이다. 일부 게임 유저들이 '핵'을 사용해 승률을 높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에서 사용되는 핵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숨어 있는 상대방을 지도에 표시해주는 핵, 정확히 조준하지 않아도 명중시키는 핵 등 매우 많다. 누군가 이런 핵을 사용한다면, 그렇지 않은 플레이어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게임을 서비스하는 회사가 핵 사용자를 막지 못하면, '선량한 플레이어'들은 떠날 것이고, 종국에는 '핵 사용자'들도 게임을 접게 된다.

게임 핵의 역사는 길다. 온라인 게임 이전에도 컴퓨터 AI(인공지능)와 대전하는 게임에서 쉽게 판을 깨려고 일명 '치트 키'를 사용했다. 'e스포츠'의 출발이 된 '스타크래프트'의 치트 키 '쇼 미 더 머니'(show me the money)는 너무나도 유명한 사례다. 랩 가수들의 경연 방송 프로그램의 명칭으로도 사용될 정도로 많은 사람에게 익숙하다. '쇼 미 더 머니' 치트 키를 사용하면 순식간에 자원이 무한대로 늘어난다. 부지런히 자원을 캐고, 충분히 모이게 되면 건물을 짓고, 유닛을 생산하는데, 처음부터 자원이 무한대면 상대방이 자원 캘 때 건물 올리고 유닛 생산해서 쳐들어갈 수 있다. 게임이 안 되는 거다.

이런 치트 키를 자기 혼자서 컴퓨터 AI와 상대할 때 사용하면 문제 될 게 없다. 굳이 문제라면 게임을 너무 쉽게 해서 금세 질리게 되는 것 정도다. 온라인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맞붙을 때는 치트 키를 사용할 수 없다. 게임 개발자가 바보가 아닌 이상 온라인상에서 치트 키가 사용되도록 두지 않는다. 하지만, 교활한 플레이어는 늘 있는 법, 온라인 대전에서 '맵핵'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스타크래프트'는 시야가 제한된 게임인데, '맵핵'을 사용하면 모든 전장이 환히 보이게 된다. '맵핵' 때문에 플레이어들 간의 분란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지난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은 '핵'이 판치는 세상이었다. 탄핵돼 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과 함께 '국정농단'이라는 핵을 마음껏 사용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부정입학 핵'을 사용했고,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에서 '쇼 미 더 머니' 치트 키를 사용했다. 며칠 전 구속 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더욱 가관이다. 검찰과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들만 보더라도 '쇼 미 더 머니'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국회의원, 서울시장, 대통령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뜯어먹을 수 있는 돈은 죄다 쓸어모은 것 같다.

기업으로부터 수십억, 수백억 원을 받은 것도 모자라, 빵집에서도 수억 원, 개신교 장로인 분이 불교 스님에게서도 수억 원을 뜯어냈다고 한다. 수십억, 수백억 원은 푼돈처럼 여겨질 의혹도 많다. '사자방'이라 불리는 4대 강, 자원외교, 방산비리에서는 돈의 단위가 조 단위로 올라간다. 두 전직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핵'은 임기 종료와 탄핵도 받지 않은 채 여전히 가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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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회사가 '핵'을 사용하는 교활한 플레이어를 방치하면 게임이 망한다. 마찬가지로 한 사회도 불법 '핵'을 사용하는 자들을 방치하면 망한다.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구속한 것으로 안심해서는 안 된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핵'을 사용하는 교활한 자들을 색출해 엄단해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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