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연극협회 성폭력 예방교육
함안·밀양 배우와 의견 나눠
다음주까지 권역별 교육 진행

"유독 연극계에서 미투운동이 많이 벌어진 건 연극계가 유별나서가 아니에요. 연극인들이 그나마 다른 사람들보다는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알기 때문이에요."

21일 오후 8시 함안문화예술회관 공연장. 경남연극제 출품작 연습이 한창이던 함안 극단 아시랑 배우들이 연습을 중단하고 객석에 나란히 앉았다. 밀양에서 온 연극배우들을 포함해 2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성폭력 예방교육이 시작된 것이다.

경남연극협회는 지난달 26일 두 번째 사과 성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연극 현장의 인권침해 폐단을 개선하기 위해 성평등 규약을 마련하고, 성폭력 예방 지침 숙지와 정기적인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해 문제가 발생할 때 예외 없이 조치한다고 발표했었다. 이날 교육은 경남연극협회 차원에서 진행하는 첫 성폭력 예방교육이었다.

강사로 함안성·가족상담소 김선희 소장이 배우들 앞에 섰다.

"미투 운동이 최근에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에요. 근데 이전하고 지금 하고 달라진 게 뭘까요? 이제는 내가 말을 해도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줄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는 거죠.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은 거예요."

김 소장은 성폭력 피해자에게는 주변인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관자가 되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는 뜻이다.

이날 교육은 성행위 동의의 기준, 성적 자기결정권, 성희롱 피해 유형 등과 관련해 한 시간 정도 진행됐다.

함안성·가족상담소 김선희 소장이 함안·밀양지역 배우들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아름다운 거리가 필요합니다. 연극에서 몸을 통해 배움과 가르침이 일어나는 방식도, 생각해보면 다른 방법이 분명히 있습니다. 비록 그것이 원래보다 천천히 가는 길이라도 말이에요."

김 소장의 강의가 끝나고도 질의응답 시간이 꽤 길었다. 너무 경계하고 조심하면 서로 할 말이 있을까라는 것부터 피해자가 개인적으로만 고백하고 공개를 꺼리면 어떡하느냐는 것까지 질문은 다양했다. 다들 표정으로는 웃고 있지만, 복잡한 심경의 눈빛이다. 일상에서부터 바꿔 나간다는 게 쉽지 않은 까닭이다.

이날 교육에 참석한 밀양연극협회 김은민 지부장(극단 메들리 대표)은 "연극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거친 말이 오가기 마련"이라며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한 그런 말들이 어쩌면 큰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반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경남연극협회는 이날 함안과 밀양을 시작으로 다음 주까지 권역별로 성폭력 예방교육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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