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秦)왕한테서 조(趙)왕한테로 서신 한 장이 왔다.

‘귀하께서는 천하에서 하나밖에 없는 가장 완벽(完璧)한 보물 화씨벽(和氏璧)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듣고 있소. 이에 우리 진나라에서는 15개의 성시(城市)를 주는 대신에 귀국이 소유하고 있는 화씨벽을 얻고자 하오. 소청에 응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오.’

뜯어 읽어보니 거의 공갈 협박이었다.

원래 화씨벽은 변화(卞和)라는 명공이 초나라 산중에서 옥(玉)을 캐어 티끌만치도 나무랄 데 없는 보석으로 갈고 닦아 만든 것인데, 조왕의 신하 목현이 간직하고 있던 것을 왕이 거의 빼앗다시피 얻어가진 천하의 보물이었다.

어전회의가 열렸다.

“자, 어떻게 하면 좋겠소. 진나라는 강국이고 우리나라는 약하오. 벽을 진나라에 주어보았자 성시를 내놓지 않을 게 뻔하지 않겠소. 결국 저들의 속임수를 알고서도 속절없이 벽만 빼앗기는 결과가 되고 말 것 같소!”

대장군 염파가 나섰다.

“주지 마십시오!”

“그걸 핑계로 침공해 올 거요!”

“그렇다면 일단 벽을 주었다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땐 소장이 진나라를 치겠습니다!”

그 외에도 의견들이 분분했다. 그러다가 군색한 결론에 도달했다. 일단 회답사신을 보내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이번 일은 무척 중차대한 사안이오. 도대체 누구를 사자로 보낸단 말이오?”

이 때 목현이 나섰다.

“대왕, 저의 가신 중에 인상여(藺相如)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왕이 물었다.

“그는 어떤 사람이오?”

“한때 소신이 대왕께 죄를 짓고 연(燕)나라로 도망치려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인상여는 제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연왕과 특별한 친분관계라도 있습니까?” 제가 대답했지요. “대왕을 모시고 국경을 갔다가 연왕을 만났는데, 내 손을 잡고는 친구가 되자고 했소이다.” 그랬더니, 인상여 말이 “그것은 어리석은 판단입니다. 조나라는 강하고 연나라는 약하기에 그렇게 말한 소리일 것입니다. 당신이 지금 연나라로 도망쳐 보았자 묶여서 다시 조나라로 돌려보내고 말테니, 차라리 대왕께 사죄해 보는 게 살아날 확률이 많습니다”고 하기에 그의 말대로 했더니, 과연 대왕께서는 소신을 용서해 주셨습니다. 그 때 저는 인상여가 대단히 현명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좋소. 일단 그를 여기로 불러봅시다.”

인상여가 불려오자 조왕이 직접 물었다.
“진왕이 15개의 성시를 과인의 벽과 교환하자는데, 주어야 옳겠소 거절하는게 좋겠소?”

인상여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거절할 수는 없습니다. 진나라는 조나라보다 강하니 허락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