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삼아 오일장에 나갔다. 여기에도 봄이 왔다. 나무와 꽃이 많다. 화단에 심을 키 작은 나무를 사가는 사람, 집안을 꾸밀 꽃송이 고르는 사람도 많다. 그래, 나무 심는 계절이구나. 식목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주민들에게 묘목을 나눠주는 자치단체 행사도 곳곳에서 열린다. 초록 잎이 예쁜 작은 화분을 하나 살까 하다 그만두었다. 나무를 심는 것은 수십 년, 수백 년, 더는 천 년을 내다보는 일이다. 그래서 어쩌면 나무심기는 신의 일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한다. 무신론자이지만, 신의 일이라는데 기분 내킨다고 막 할 수는 없지.

주민도, 정부나 지자체도 다양한 목적으로 나무를 심는다. 원하는 바에 따라 어떤 나무를 심을지 고른다. 숲 만들기에는 근래 편백나무가 인기인 모양이다. 목재 활용가치가 높고 살균물질인 피톤치드를 많이 뿜어낸다고 해 선호한다. 편백을 많이 심기 시작한 건 1979∼1987년 제2차 치산녹화 기간, 권장 수종에 포함되면서다. 요즘은 재선충에 약한 소나무를 베어내고 대신 편백을 심기도 한다.

그런데 며칠 전 편백나무 자생지인 일본에서는 되레 편백을 다른 나무로 바꾸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한 대학교수가 우리나라 조림사업을 보면서 문제제기를 한 것인데 편백은 국제적으로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수종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그러자 곧 산림청이 반박자료를 냈다. 일본에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나무 대부분은 삼나무이고 베어내는 나무도 삼나무이며, 일본에서는 편백나무 생육범위가 넓지만 우리나라는 비중이 작아 꽃가루 알레르기 '주범'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편백나무가 주는 피해보다 효용이 더 크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지금처럼 편백나무 심기가 계속된다면? 10년, 20년 후에는? 언젠가 지금 소나무 베어내듯 편백을 베어낼 수도 있는 건가?

봄이다. 나무를 심자. '잘' 심자. '잘 골라' 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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