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거양득 기대와 달리 운영난 파행 거듭
본래 취지 살리도록 지역사회 관심 필요

거창군이 장애인복지 차원에서 건립한 '장애인 근로사업장'이 계륵(鷄肋) 신세가 될 처지에 놓였다.

군 장애인 근로사업장은 지난 2011년 8월 보건복지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도비 등 9억여 원을 지원받고 사업 참여자를 공모해 13억 원의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등 노력 끝에 남상면 산업단지 내에 2013년 7월 문을 열었다.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최고의 복지라는 명분으로 그동안 사단법인 '지체장애인협회 거창군지회'에 운영을 위탁해 농산물 포장상자를 생산했다. 애초 군은 일정 인원의 장애인 노동자를 고용해 이들의 자립의지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지역 내 농민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포장상자를 공급, 농가 경쟁력과 소득증대로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홍보해왔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적정 사업물량을 수주하지 못하고 내부 운영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경영에 차질이 빚어졌다. 여러 곡절 끝에 군에서 추가 예산을 투입해 자동화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등 생산 기반을 개선해 2016년 11월 공장이 재가동됐다. 그러나 기계 장비 확보 어려움 등으로 좀처럼 궤도에 올라서지 못한 채 파행을 거듭했다. 결국 지체장애인협회 거창군지회는 지난 2월 말 수탁 포기 의사를 밝혔고 군이 이를 수용해 이달 7일부터 임시휴장에 들어갔다.

이 같은 과정을 지켜본 지역 일부에서는 개장 당시부터 근로사업장 가동을 위한 장비를 모두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가동을 시작한 데에 근본적 원인이 있는 것으로, 처음부터 예견된 사태였다는 지적을 한다. 이와 함께 운영주체로 장애인 관련 단체만 고집하지 말고 경영정상화를 우선 목표로 전문성 있는 기관·단체에 위탁하거나 직영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군이 2015년부터 꾸준히 기능보강사업을 추진하는 등 근로사업장 활성화에 나름의 투자를 해 왔으나 현실여건이 따라 주지 않는 등 한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군은 사업장의 조속한 재개장을 위해 최근 무리한 전보인사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전담 공무원을 배치하는 등 정상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포장재 생산에 더해 종이가방 접기, 비닐 창 부착 등 수작업이 가능한 투 트랙(Two Track) 운영도 검토해 더욱 많은 장애인이 일하는 방안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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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의 정책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의 크고 작은 시책들이 현장에서는 애초 의도대로 녹아들지 못하고 겉도는 사례를 우리는 드물지 않게 접한다. 거창군 장애인 근로사업장도 안타깝지만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경우라고 할 수 있으며 이제부터라도 문제점을 원점에서 재진단하고 현실에 맞는 처방을 할 때다.

군 단위 자치단체에서 드물게 시도한 장애인 근로사업장이 본래의 취지를 살려나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더 많은 관심과 인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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