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신 화백, 지리산 둘레길 걸으며 그린 산수화 전시…5월 16일까지 도립미술관

지리산 진경에 감탄하다가도 자꾸만 그림 앞으로 다가가 당신을 본다. 하동 정금마을 차밭에서 온종일 차를 따는 어머니, 산청 수철마을에서 모내기하는 아버지의 굽은 허리, 남원 인월 전통시장에서 첫눈을 맞은 이웃 아저씨가 참 반갑다. 백두대간 지리산 밑에서 삶을 일군 그대들이 더 궁금하다.

경남도립미술관 3층 5전시실·전시홀에서 볼 수 있는 '지리산 생활산수-이호신'전은 이름 그대로 '생활'산수다.

10년 전 산청 남사예담촌에 귀촌한 이호신 화백은 줄곧 지리산만을 그린다. 웅장한 산세와 수십 년을 버텨온 나무의 시간을 내놓지만, 단순한 풍경에 그치지 않는다. 바로 그 속에 우리를 담아낸다. 그는 작업의 이미지가 끊어지지 않도록 끈질기게 지리산과 만났다. 이번 전시에 내걸린 작품도 그가 지난 10여 년간 작업한 것들이다. 한국 수묵화로 그려낸 기록들.

"왜 지리산이냐고요? 금강산과 설악산은 바라보는 산이에요. 그런데 지리산은 삶의 산이죠. 사실 풍경화를 그릴 작정으로 지리산을 들여다보면 밋밋해요. 저는 형상이 아니라 문화를 봅니다. 역사와 유산, 생태, 인물이 궁금하죠. 50대 때 지리산에 온 이후 매일 오르고 느끼고 그립니다."

그래서 지리산 어디를 가나 누군가가 있다. 산청 상사폭포 아래서 그림을 그리는 이는 이 화백처럼 보인다. 꽃피고 잎이 짙어지고 산이 물드는 때면 놓치지 않고 행락객이 있다.

이호신 작 '수철마을 모내기' /이미지 기자

특히 이번에 공개한 그림 대부분은 지리산 둘레길 산수화라 부를 수 있다. 이 화백이 이상윤(지리산 둘레길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숲길 이사) 씨와 2년간 걸은 지리산 둘레길 21구간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지리산 주변 3개 도, 5개 시군, 120여 개 마을을 연결해 조성된 순례길이라 함양 금계~동강, 구례 오미~난동, 하동 삼화실~대축 등으로 나누어 그린 작품은 저마다 다르다.

그는 자신을 '순례 화가'라고 말할 만큼 걷고 또 걸으며 현장 사생을 해냈다. 그림 저마다 제목을 달고 관객 앞에 놓인 지리산 둘레길 산수화는 그가 현장의 것을 바탕으로 지리산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해 이룬 것이다. 이는 <지리산둘레길 그림 편지>(이호신 그림·이상윤 글)라는 이름으로 펴낸 책을 완성케 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 화백은 지리산을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하나의 생태계로 이해한다. 역사와 시대정신, 자연의 경외와 다양한 생태, 삶의 둥지와 문화유산을 고스란히 담아낸 그림이다"고 설명했다.

이 화백은 앞으로 지리산문화를 형상화하는 문화운동 '지리산프로젝트'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공존의 깨달음을 붓으로 말할 것이다.

'도심다원 오시영 선생'을 만나 지리산이 내어준 차를 맛보고 '하동 먹점마을의 봄'을 보며 아직 피지 않은 벚꽃을 기다린다. 섬진강이 굽어 흐르는 '구례전경' 앞에서 그대의 품을 느끼는 것. 우리도 지리산의 나무 한 그루라는 말이 실감 난다.

전시는 5월 16일까지. 입장료(성인) 1000원. 문의 055-254-4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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