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선수의 '개 식용 문화'발언
관습도 시대변화 맞춰 버릴 건 버려야

"Please treat dogs better in this country." 잊지 말아야 할 평창동계올림픽 한 장면을 꼽으라면, 나는 그 어떤 순간보다, 이때라고 하겠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 경기에서 동메달을 따고 경기 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네덜란드 선수 얀 블록휴이센. 세계 각국 언론이 모인 자리였지만 이 팀을 향한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자리를 뜨기 직전 이 선수가 남긴 유일한 한마디는 이랬다. "이 나라 개들에게 더 잘 대해 주세요." 이 돌발 발언은 개 식용 문화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되면서 의미와 적절성을 두고 국내외에서 많은 논란이 일었다. 이 선수와 선수단 대표는 SNS와 다른 기자회견 자리를 통해 한국 모욕 의도는 없었고 평소 동물복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사과했지만 이후에도 한동안 논쟁거리가 됐다.

사실 개 식용 문화는 올림픽 기간 전후, 경기장 밖 이슈 중 하나였다. 미국 스키 국가대표 구스 켄워시와 캐나다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메건 두하멜이 각각 식용견 농장과 개고기 시장에서 개 한 마리를 입양해 화제가 됐다. 국제 동물보호단체의 구조 활동에 동참한 것이라고 한다. 국내 동물보호단체도 올림픽 개·폐막식 때를 포함해 개 식용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 또, 올림픽 개막 직전 스웨덴에서는 여러 신문이 한국 개고기 문화를 보도하면서 현지 동물보호 단체들이 올림픽 출전을 보이콧하라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개막 후에도 미국 CNN·NBC, 영국 가디언 등 언론이 식용견 농장과 개고기 관련 기사·칼럼을 썼다. 평창뿐만이 아니다. 국제행사 때마다 개 식용 문화는 도마에 오른다. 최근 조사에서 국내 반려동물 가구는 전체 가구의 30% 정도인 600만 가구로 추산됐다. 이 중 444만 가구가 평균 1.5마리의 반려견을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를 토대로 계산했을 때 전국의 반려견은 666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동시에, 동물보호단체는 전국에 1만 7000여 개의 식용견 농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연간 100만 마리, 하루 2740마리의 개가 도축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한국에서 200만 마리의 개가 식용 목적으로 도살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가족'인 개와 '음식'인 개가 공존하는 한국. 국내에서도 말 많은 이 현실이 외국인 눈에 잔인하고 참혹하게 보이지 않을 리 없다. 오랜 논란 속에 이제는 '한국' 하면 개고기를 떠올리는 세계인이 많아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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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치권과 지자체는 미온적이다. 동물보호를 외치면서도 유독 개 식용 문화와 관련해서는 적극 나서지 않는다. 동물보호단체와 육견협회 등 관련단체의 대립이 팽팽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실태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를 식용으로 키우는 것은 합법, 도축하는 것부터는 불법이라고 보는 법 규정도 비현실적이다.

과거에는 개 식용이 '식문화'나 '관습'일 수 있었다. 시대는 바뀌었고, '문화'라고 불리던 관습 중에도 버려야할 건 있다. "이 나라 개들에게 더 잘 대해 주세요." 다시 한 번 숙제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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