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속으로] 탈북민, 경찰 도움으로 보이스피싱 탈출
고금리대출로 허덕이던 탈북민, 저금리 전환 유혹에 입금할 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일당에게 속아 거액을 송금할 뻔했던 50대 탈북민이 경찰 도움을 받아 사기를 당하지 않았다.

탈북민 ㄱ(50) 씨는 지난 15일 기존 고금리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겠다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햇살저축은행'이라고 소개한 이들은 2000만 원을 빌려 자신들의 계좌에 넣으라고 ㄱ 씨에게 요구했다.

그는 운영 중인 식당이 어렵고 남편의 음주 교통사고까지 겹쳐 빚만 5000만 원을 지고 있던 터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변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급하게 돈을 빌리던 ㄱ 씨는 혹시 보이스피싱이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했다. 평소 그가 경찰서 범죄예방교실에서 듣던 보이스피싱 사례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의심을 거두지 못한 ㄱ 씨는 경찰에 연락했고, 경찰은 금융감독원 등 관련 기관에 확인했다. 확인 결과 ㄱ 씨에게 연락 온 저축은행은 금융기관에 등록되지 않은 유령회사였다.

보이스피싱을 직감한 경찰은 ㄱ 씨에게 전후 사정을 물었고, 해당 저축은행으로부터 "탈북민을 상대로 고금리대출을 저금리 정부대출 '햇살론'으로 전환해 주고 있으니 2000만 원을 보내라"는 전화가 왔다는 것이었다. 전형적인 상환용 대출 보이스피싱이었다.

상환용 대출 보이스피싱이란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힘든 신용불량자, 고금리대출자 등을 상대로 저금리 국가정책대출, 제1금융권의 저금리대출 등을 알선해 주겠다며 돈을 받아 챙겨 달아나는 금융사기다.

ㄱ 씨는 당시 저축은행에서 공증서류비용까지 해결해주겠다고 해서 계좌번호를 알려준 탓에 계좌가 묶여 금융 거래를 못해 2차 피해를 본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국내 금융지식이 부족한 탈북민 상대 보이스피싱이 많아지는 추세"라며 "햇살저축은행이란 이름의 유사 보이스피싱 사례가 전국에서 발생하는 와중에 ㄱ 씨는 본인 이름으로 된 계좌 모두가 묶인 상태다. 금감원 협조와 수사를 통해 사기범들을 붙잡아 ㄱ 씨를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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