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고 시련 겪은 선수들
우여곡절 끝 택한 인생 2막
장애 넘은 도전 '감동'으로

1988년 서울 하계패럴림픽 이후 30년 만에 안방에서 치른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성공적인 대회'라는 평가 속에 18일 열흘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한국은 금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로 전체 49개 참가국 가운데 핀란드, 뉴질랜드와 함께 공동 16위에 올랐다.

이번 평창 패럴림픽에는 역대 최대인 49개국, 567명의 선수가 80개의 금메달을 놓고 강원도 평창과 정선, 강릉에서 우정의 레이스를 펼쳤다.

이들은 메달 획득 여부와 관계없이 전 세계에 많은 감동을 안겼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한 줄기 희망의 끈을 잡고 일어난 이들은 인고의 시간을 이겨내고 설원 위에서 아름다운 동화를 써냈다.

네덜란드 비비안 멘텔-스피(46·스노보드)는 가장 극적으로 평창패럴림픽에 참가한 선수다.

그는 비장애 스노보드 선수 생활을 하던 2002년 정강이뼈에서 악성 종양이 발견돼 한쪽 다리를 절단했다. 시련을 딛고 일어난 멘텔-스피는 스노보드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번 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으나, 대회 개막을 앞두고 암이 재발하는 비극을 겪었다. 장애와 종양은 그의 굳은 의지를 방해할 수 없었다. 멘텔-스피는 지난 1월 병상에서 일어나 약 2주 동안 대회를 준비한 뒤 평창행 비행기를 탔다. 그는 이번 대회 2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8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폐회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호주의 션 폴라드(27·스노보드)는 상상할 수 없는 트라우마를 이겨낸 선수다. 그는 2014년 서핑을 하다 백상아리 두 마리의 공격을 받고 왼팔과 오른손을 잃었다.

사경을 헤매던 폴라드는 우여곡절 끝에 목숨을 부지했는데, 병상에서 일어나자마자 새로운 영역인 스노보드에 도전해 평창패럴림픽 무대까지 밟았다. 눈을 보기 힘든 호주 출신인 폴라드는 스스로 도전의 길을 개척해 최고 무대까지 섰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선천성 장애를 갖게 된 이들의 도전도 강력한 메시지를 남겼다. 슬로바키아 시각장애 알파인스키 선수 헨리에타 파르카소바(32)와 미국의 하지장애 노르딕스키 선수 옥사나 마스터스(29)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피해자들이다.

파르카소바는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알파인스키에 도전해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안면골절, 무릎 부상 등 수차례 심각한 부상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난 파르카소바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4개를 획득했다. 그는 18일 회전에선 은메달을 따냈다.

마스터스는 사고 현장에서 300여㎞ 떨어진 우크라이나 한 마을에서 선천성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그는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보육원을 전전하다 미국으로 입양됐다.

마스터스는 주저앉지 않았다. 그는 2012년 런던하계패럴림픽에 조정 선수로 출전해 동메달을 땄고, 평창대회에선 크로스컨트리 여자 1.1㎞ 좌식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꿈을 이뤘다.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 최광혁(31)은 생사의 갈림길을 여러 차례 넘은 선수다.

1987년 북한 함경북도 화성군에서 태어난 최광혁은 기차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다 사고로 왼쪽 발목이 절단됐다. 가족으로부터 외면받은 최광혁은 꽃제비 생활을 하다 탈북해 한국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고, 장애인 아이스하키에 입문해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평창패럴림픽은 18일 막을 내렸지만, 이들의 이야기와 메시지는 전 세계 사람들의 머릿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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