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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고려했다는 '후퇴한 지방분권' 밀어붙일까

[이제는 분권이다] (10) 대통령 개헌안 발의 임박
자치입법권·자치재정권 등 핵심쟁점 헌법 규정 없이 '법률'로 위임
정부 "지자체 향한 국민 불신 커"…국민회의 "분권 의지 약해"비판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2018년 03월 19일 월요일

6·13 지방선거 동시 개헌은 위협받고, 지방분권 개헌은 대폭 위축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예정인 개헌안이 최근 공개되자 개헌 논쟁에 불이 붙었다. 국민헌법자문위 개헌안이 지난 13일 문 대통령에게 보고되면서 뚜껑이 열렸다.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정부·여당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반대편 자유한국당은 "6월 13일로 개헌 국민투표 데드라인을 정하고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 자체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퍼부었다. 다른 야당은 이쪽저쪽 다 공격했다. 흥미로운 점은 정당별 개헌안이 곧 제출된다는 전망이 나온다는 것이다. 대통령 발의가 국회 개헌 논의의 지렛대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문제는 개헌 추진 자체가 위협받으면서 그 속에 들어갈 지방분권 내용이 대폭 후퇴했다는 것이다. 초안에는 전문에 명시할 예정이던 "지방분권 국가임을 선언"하는 것과 현행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명칭을 바꾸는 내용이 빠졌다. 강력한 분권을 지향하는 표현 대신 점진적인 분권을 표방하는 문구가 채택됐고,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 등 지방분권 핵심 쟁점은 법률로 떠넘겼다.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

이인영 헌법개정 소위원장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헌법개정 소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부형태(대통령과 국무총리의 분권) 및 지방분권 분야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연합뉴스

◇정부 개헌안 무엇이 담겼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개헌안 초안 핵심은 대통령 4년 연임제, 수도 조항 명문화, 대선 결선투표 도입, 5·18 민주화운동 등의 헌법 전문 포함, 지방분권 강화와 국민소환·국민발안 등 직접 민주주의 강화 등이다.

정부 형태(권력구조)로는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채택했다. 애초 자문위는 4년 '중임(重任)제'를 고려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4년 '연임(連任)제'로 선회했다. 중임제를 채택할 경우 현직 대통령이 4년 임기를 마친 뒤 치른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다시 대통령에 도전할 수 있으나, 연임제에선 오직 4년씩 연이어 두 번의 임기 동안만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다.

대선 결선투표제는 현행 헌법이 대통령을 단순다수대표제 선거로 선출하도록 하고 있어, 국민적 지지를 충분히 얻지 못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포함됐다.

지난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바른개헌국민연합 주최 '지방분권 개헌안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열린 개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 조항과 관련, 현행 헌법에 없는 수도 조항을 신설하는 것은 관습헌법에 발목 잡혀 무산된 '세종시 행정수도 구상'을 재추진할 길이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도 관련된 사안이다.

쟁점인 '대통령 권한 축소'를 위해 자문특위는 헌법기관 구성에서 국회의 권한을 확대하고 법률안과 예산안 심사권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지방분권 강화를 위해 자문특위는 초안에 "지방분권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가질서임을 천명하기 위해 자치분권의 이념을 헌법에 반영했다"고 내세웠다. 지자체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자치재정권과 자치입법권을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다만, 헌법에는 지방자치를 확대한다는 원칙만 담고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에 위임하기로 했다. "지방분권에는 찬성하지만 지방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많고, 자의적 통치를 우려하는 소리가 많은 현실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설명이 따랐다. 또, 대의기관의 독주를 견제하고 지방정부 조직·운영과정에 주민 참여를 확대한다는 조항을 포함하기로 했다.

◇초안대로라면 분권 강화 절망적

개헌안 초안 평가는 개헌 찬반에 따라 확연히 갈렸다. 지방선거·개헌 동시투표 반대파는 대통령 발의 추진을 "제왕적 대통령제 전형"이라며 반대했고, 초안에 대해서는 "대통령 권한을 축소했다는데, 도대체 뭐가 축소된 거냐"고 몰아붙였다. 지방선거·개헌 동시투표 찬성파는 대통령 발의 추진을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옹호했다.

지방분권 개헌을 강조해온 지방분권개헌국민회의의 분권분야 평가는 '절망'에 가까웠다. 시민연대조직인 지방분권개헌국민회의는 13일 청와대 앞 집회, 15일 국회토론회에서 관련 내용을 이렇게 밝혔다.

"정부 개헌안에는 '지방정부'로 명칭을 바꾸고 '지방분권 국가임을 선언'하는 등 강력한 분권을 지향하는 표현 대신 점진적인 분권을 표방하는 문구가 채택됐다. 핵심인 자치입법권·자치재정권 규정도 법률에 위임했다. 자치입법권과 관련, 현행 헌법의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규정을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로 개정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이는 실효성이 없다. 현행 헌법 37조의 '법률유보의 원칙'에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돼 있기 때문에 자문위 안대로 바뀌더라도 지자체 조례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특히 중앙정부가 법률의 많은 사항을 대통령령·총리령·부령에 위임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체계와 거의 달라질 게 없다."

특히 초안을 보고받은 문 대통령도 "개헌안 속에 담을 수 있는 범위에 대해서는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지방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을 현실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점에 대해 이들은 실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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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 규정의 후퇴에 대해 자문위는 여론조사를 근거로 들었다. 지방분권 강화 찬성(1만 2244명)이 반대(1만 1975명)보다 조금 많았고, 자치재정권(찬성 9445명, 반대 6269명)과 자치입법권(찬성 9736명, 반대 1만 3103명)은 엇갈린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지방분권개헌국민회의는 전체 22개 쟁점 중 유독 지방분권 3개 항이 반대가 높았던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수도권 응답 대상이 많았던 것이 아닌지, 또 대통령 연임제 등 권력구조 협의를 겨냥해 수위를 낮춘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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