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자문특위)가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개헌 초안 중 지방분권 내용이 문 대통령의 공약에서 크게 후퇴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15일 열린 지방분권개헌국회추진단과 지방분권개헌국민회의가 공동주최한 긴급 토론회에서 개헌 초안이 미흡하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자문특위 초안이 공개되지 않아 구체적인 전모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정해구 자문특위 위원장의 기자간담회 발언이나 청와대 인사의 브리핑을 통해 애초 정부의 지방분권 의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개헌 초안에는 '지방정부' 명칭이 사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 등 지역분권 핵심 내용도 특위위원들의 반대 때문에 법률에서 정하는 수준으로 정해졌다고 한다. 이 정도면 자문특위가 지방자치를 주요 분과 중 하나로 설정하거나 자치분권을 5대 원칙 중 하나로 삼은 것이 무색해질 정도다. 문 대통령은 초안을 보고받으면서 "국민 불신"을 언급했다. 국민이 지방분권을 불신하는 것이 현실이므로 애초 계획대로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는 발언으로 보인다. 실제 자문특위 홈페이지에 지방분권과 관련하여 개진된 의견 중 지방자치에 부정적인 여론도 적지 않다. 지방자치제가 시작될 때부터 지방 토호들의 권력화, 지역이기주의 등 부정적인 면모는 단골로 지적되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이 지방분권 의의마저 훼손할 수는 없다. 그동안 문 대통령이나 현 정부가 누누이 강조한 대로 개정 헌법에서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정부로 개칭돼야 하며,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 자치조직권 등 지방분권의 핵심적 요소들도 선언적 수준을 넘어 구체적으로 명기돼야 한다. 이러한 국가의 근간을 바꾸는 작업을 현행 법률에 맡겨서는 안 된다. 정치권에서라도 활발한 지방분권 논의를 통해 정부에 제동을 걸어야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소극적인 태도로 정치권의 개헌 논의는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결국 문 대통령이 조만간 정부 개헌안을 발의할 가능성이 커졌으며, 개헌 초안대로 발의할지가 관심사다. 초안이 지방분권 개헌 의지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면 보완하고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