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혐의만 스무 가지…단죄 마땅
공범자에게도 법치 준엄함 보여줘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는 날은 시궁창에 처박힌 정의가 비로소 얼굴을 들고 해방을 맞는 날. 10여 년 질곡의 세월 속에 잊힌 시민의 주권을 되찾고 사회정의를 바로 세워 한 줌의 부정한 공범들 처벌의 신호탄이 되는 날.

국회의원, 서울 시장, 대통령 자리에까지 가서 탐욕으로 자기 자신과 가족, 형제들 배나 채우며 탐관오리를 양산한 MB.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국가의 공조직을 사유화하며 공익보다 사익을, 정의보다 부정을, 공정보다 불공정을 이 땅에 널리 널리 전파했다는 것입니다.

범죄 혐의가 20가지나 되는 전직 대통령에 대해 한국일보는 "MB의 죄질은 정치적 고려를 뛰어넘는다"고 일갈했지요. 이 신문은 "이 전 대통령의 노골적 사익추구 혐의와 검찰 조사에 임한 태도는 국민적 지탄을 받을지언정, 연민의 여지가 없다. 공범들이 구속된 마당에 주범에게만 온정을 베푸는 것도 균형을 잃은 처사"라며 "이번에야말로 검찰이 전직 대통령의 불법 행위를 적극적으로 단죄해 마땅하다. 이 땅에 법과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부실기업, 성동조선은 희망이 보이지 않았지만 '돈'이면 물불 안 가린다는 MB의 실체를 파악, 형과 사위, 부인에게 파상적으로 금품세례를 퍼부었지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팔성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 형인 이상득 전 의원(8억 원)과 사위 이상주 변호사(14억 5000만 원)에게 건넨 돈 총 22억 5000만 원 가운데 20억여 원은 출처가 성동조선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MB 일가 부정청탁 대가로 성동조선이 2010년 당시 한국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모두 9조 6000억여 원이라 합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돈을 퍼붓고도 성동조선은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갔습니다. 국민 돈으로 기업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손실을 채웠고 자신의 배도 불렸습니다. 세금만 허망하게 날린 셈입니다.

그는 말끝마다 '국가품격'을 내세우며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재임 때도 그의 부정과 비리에 대한 논란은 끝이 없었고, 뒤가 구린 그가 안전판으로 국가정보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 등을 총동원해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들 사이에 어떤 협잡과 빅딜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미 드러난 여러 가지 정황과 줄줄이 구속된 국정원장들의 몰골이 웅변하고 있습니다.

MB가 구속되는 날. 그의 부정과 비리를 돕고 세 치 혀로 이를 정당화하며 국민을 향해 윽박질렀던 측근들에 대한 수사도 함께 진행되기를 기대합니다. 큰 도둑의 엄청난 도둑질은 절대로 혼자서 할 수 없고 반드시 일련의 공범과 종범들이 힘을 합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만사형통' 형은 휠체어 타고 다니며 환자행세하고 다닙니다. "내가 대통령 똘만이냐"며 큰소리치던 그 기개는 어디 가고 몸도 못 가누는 시늉을 합니다. 또 다른 최측근, '방통대군'으로 불렸던 최시중은 스스로 '나는 죄가 없다'고 떠들고 다닙니다. 정치인들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서 '나는 결백하다' '목숨을 건다' '할복하겠다'라는 말… 듣는 귀가 부끄럽습니다. 이제 거짓과 위선의 시대는 막을 내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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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은 인신구속일 뿐 그에 대한 법적 단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은 작은 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습니다. 법치사회의 준엄함이 개개인에게는 무서운 파괴력을 갖지만 이 땅의 권력자 앞에만 가면 법과 법관이 맥을 못 추는 상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법관들의 고뇌에 찬 판결이라는 것이 알고 보면 위선과 거짓의 포장으로 치장된 경우도 종종 봅니다. MB의 구속은 이 땅의 사법부, 정치인, 권력자들을 향해 '정의롭게 살라'는 당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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