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동안 축적한 경험 '범죄학 개론서'로 쉽게 풀어 써
"경찰업무, 심리·역사·경제 등 사회현상 꿰뚫는 종합학"

우문영(51) 경남경찰청 홍보계장(경정)이 〈범죄콘서트〉(사진)를 펴냈다. 경찰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을 비롯해 시민을 위해 쉽게 풀어 쓴 '범죄학 개론서'다. 1장 도시와 범죄, 시민과 경찰부터 12장 남은 자들의 슬픔, 실종까지 매 꼭지 시작은 범죄 영화를 양념으로 버무려 가독성을 높였다. 책 발행 일주일 만에 1쇄로 찍은 책이 모두 팔려 지난 16일 2쇄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경찰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는 많았지만 현직 경찰 간부가 범죄 관련 책이자 현장 실무서로도 손색이 없는 책을 낸 건 우 경정이 처음이다.

우 경정은 책을 낸 이유로 "경찰 소재 영화나 드라마는 많이 나오는데, 정작 치열하게 고민하고 고생하는 경찰 이야기가 없다는 게 늘 아쉬웠다. 요즘 어렵다는 경제학 분야에서도 학자들이 쉽게 풀어서 책을 내는데, 시민 생활과 밀접한 범죄 이야기도 그런 방식으로 설명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 지망 수험생, 경찰 수사물을 좋아하는 '덕후'들이 읽으면 '안성맞춤'일 것 같다"고 말했다.

<범죄콘서트> 표지.

우 경정은 경찰대학교를 졸업(7기)했다. 지난 1991년 임용돼 수사과장, 생활안전과장 등을 거쳤다. 그는 "이 책에는 지난 27년 동안 축적한 수사 관련 자료와 실전 경험이 모두 녹아들어 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수사도 '데이터 싸움'이다. 경찰들마다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자료를 모은다. 한 사건은 단순한 '점'이지만, 시간을 두고 자료를 모아보면 패턴이라는 게 나온다. 이번 책은 가지고 있던 자료와 노하우에 이야기라는 살을 입혔을 뿐이다. 그렇다고 '영업상의 비밀'인 수사기법을 유출하진 않았다(웃음)"고 했다.

이어 "아날로그 시각으로는 디지털 사회의 현상과 구조를 읽어낼 수 없다. 범죄도 진화한다. 옛날엔 주로 현금과 귀금속이 범죄자들의 먹잇감이었는데, 지금은 보이스피싱, 부동산 관련 등 지능범죄와 경제사범 등으로 옮겨가는 추세가 뚜렷하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범죄 총량이 줄어들고 있지만, 피해자뿐 아니라 피의자 보호 등 갈수록 수사 절차가 까다로워지고 있어 수사 인력은 늘 빠듯한 상황이다. 사회가 다분화하고 급변하는 만큼 분야별 '전문수사관'을 적극 양성해야 한다"고 했다.

우 경정은 경찰 업무를 '종합학'으로 정의했다. 범죄는 인간이 관심 가지는 전 분야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종교, 심리, 역사, 경제, 논리, 지리, 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를 알아야 사회현상의 일부인 범죄를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동의대에서 재무부동산학 석사, 경상대에서 도시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우문영 경남경찰청 홍보계장이 15일 경남경찰청 지하 1층 '북카페'에서 최근에 쓴 <범죄콘서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경남경찰청

그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서는 "검사는 법률 전문가고, 경찰은 수사 전문가다. 다들 인정한다.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방적인 지휘와 지시보다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바탕 위에서 조화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지식 공유 차원에서 〈범죄콘서트〉를 매개로 '무보수 특강'을 많이 해보고 싶다. 경찰과 범죄 관련 시나리오, 영화 자문 역할도 해보고 싶은 일 가운데 하나다"라고 했다.

이 밖에도 경찰에 입문하려는 이들에겐 미국 16대 대통령 링컨이 남긴 말을 인용해 "계급과 지위에 연연하여 영혼 없이 일해선 안 된다.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경찰이 되겠다는 마음을 되새기지 않으면 들어와도 오래 버티기 어렵다"고 고언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