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고인 뜻 이어받아, 노인·노숙인 식사 제공
지역사회에 도움 호소

일요일인 18일 오전 10시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역 앞 무료급식소 주변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는 노인과 노숙인이 모여들었다. 오전 11시 시작되는 무료급식을 받기 위한 줄이 길게 이어졌다. 이처럼 주말마다 노인과 노숙자에게 한 끼를 대접하는 이웃사랑나눔회 무료급식소에 변고가 생겼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무료급식소를 운영해오던 박덕조(사진) 이웃사랑나눔회 회장이 암 투병을 하다가 지난 1월 유명을 달리했다.

박 회장의 부인 윤영순(61) 씨는 "남편이 태어나자마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릴 적 어머니 품에서 자라지 못한 탓이었는지 어른들을 그렇게 좋아하셨다. 39년 전 결혼하고 처음 받아온 월급이 너무 적어 물어보니, 이웃집 할머니에게 쌀을 사다 줬다고 하더라. 남편은 입버릇처럼 경제적으로 넉넉해지면 주변의 어려운 어른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박 회장의 뜻에 따라 부부는 식당과 식육점을 운영하면서 돈을 모았다. 박 회장은 여건이 되자 마산역 앞에서 무료급식소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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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전 11시 이웃사랑나눔회가 창원 마산역 앞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나눠주고 있다. /김희곤 기자

늙고 병든 노인과 오갈 데 없는 노숙인에게 무료 급식을 시작한 지도 올해로 벌써 18년째다. 그러나 박 회장이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하는 바람에 무료급식소 운영이 어려워졌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무료급식소를 찾는 노인과 노숙자 200여 명에게 제공하는 점심 비용이 한 주에만 50만 원가량 들어간다. 그동안 박 회장의 사비와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무료급식소를 운영해 왔다. 박 회장은 자원봉사자와 함께 직접 음식을 만들고 배식을 도우며 힘들게 자신이 좋아하는 이 일을 계속해 왔다. 지난해 청천벽력 같은 폐암 진단을 받고도 박 회장은 무료급식소를 지켰다. 이제 좀 쉬라는 주위의 만류에도 박 회장은 주말마다 무료급식소를 찾아 직접 음식을 날랐다. 병세가 호전되기를 기대했으나 결국 지난 1월 26일 세상을 떠났다.

현재는 부인 윤 씨와 아들 동일 씨, 그리고 이웃사랑나눔회 회원이 힘을 합쳐 박 회장의 유지를 받들고자 매주 무료급식소 문을 열고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의 빈자리가 너무 커 지역사회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후원을 원하는 단체는 박동일 사무장(010-4440-7937), 김광옥 부회장(010-4844-1749)에게 연락하면 된다.

이웃사랑나눔회는 "한때 존폐 문제까지 거론됐으나 돌아가신 박 회장의 소중한 뜻을 이어받기로 했다"며 "작은 정성이라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염치 불고하고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고 박덕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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