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에서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이랄 수 있는 기초의원 선거구를 중 대선거구로 개편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른 때보다 유독 높았던 이유는 기존의 소선거구제로는 군소정당의 의회 진출이 저지됨으로써 소수여론이 설 자리를 잃는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해 도선거구획정위원회가 3인 및 4인선거구를 늘리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획정안을 만들어 도의회에 넘겼으나 걱정했던 대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선거 때마다 그랬지만 지역세에 장악당한 도의회가 4명을 뽑기로 한 선거구를 도로 2인제로 되돌려 기존의 양당 보수체제를 고착시키려는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도가 관철되면 말할 것도 없이 여론의 다양성은 봉쇄당하고 만다. 모처럼 정치문화가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나 했지만 실망감만 크게 한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정치권 모두와 진보성향 정치단체들이 한결같은 목소리로 그런 움직임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으나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별로 현실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도의원 55명 중 48명이 자유한국당으로 이들이 입을 맞추기로 작심하면 획정안을 뜯어고친 수정안을 통과시키기는 쉬운 일이다. 가까운 부산시도 비슷한 사정에 놓인 것으로 알려져 이웃단체 간에 정서적인 연대화의 기류마저 감지된다.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을 뽑으면 비록 당선자 간 표 차이는 날지 모르나 소수당 후보들이 등원하는 기회가 많아져 의회민주주의가 그만큼 신장하는 계기를 불러올 수 있다. 획정안이 그런 시대적 여망을 반영했음은 당연지사다. 도의회가 다수결을 무기로 원안을 무력화시킨다면 일당 이기주의라는 비난과 직면하게 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자유한국당 경남도당이 성명을 통해 도획정위가 지역여론을 무시하는 안을 내놓았다며 오히려 책임을 떠넘기는 역공을 취함으로써 자당 도의원들의 반발심을 부채질한 것은 힘의 원리만을 중시한 잘못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획정위가 여러 차례 난상토론을 거쳐 성안한 최종안이 지역여론을 덜 존중한 결과물이라고 우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할 것이다. 임기 말을 맞은 도의회가 마지막 박수를 받고자 한다면 중대선거구제 취지를 다시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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