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풀이 '칠판 수학'에서 체험·탐구 중심 변화 꾀해
어드벤처관·카페 등 구성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운영
예약 신청 후 방문 가능해 "수학체험센터 롤모델 기대"

3월 14일 파이(π·원주율)의 날, 경남수학문화관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수학문화관은 교육부가 2차 수학교육종합계획(2015년 3월)을 수립하면서 등장했다. 체험 수학, 수학 대중화 등 수학 교육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제도적 기관으로 선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수학박물관을 한국형 수학박물관인 '수학문화관'으로 명칭한 것이다. 교육부 수학문화관 조성 지원사업에 경남도교육청이 지난 2016년 선정됐고, 14일 창원중앙중학교 별관에 자리 잡은 경남수학문화관은 공식 개관했다.

◇왜, 수학인가 = 생활 속에 많은 수학 원리가 숨어 있음에도 그간 학교는 문제풀이 중심의 칠판 수학으로 '수포자(수학포기자)'를 양성해왔다.

교육전문가들은 수학 교육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중요성을 가지게 된 계기로 2016년 개최된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영향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포럼은 다가올 미래사회를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규정하고, 산업화 시대 직업 대부분이 사라지며 새로운 일자리가 대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까지 신규 일자리 200만 개 중 수학과 관련된 새로운 일자리는 41만 개로 전망됐다.

행사 참석자들이 경남수학문화관을 구경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미국 직업 전문사이트인 커리어캐스트가 2017년 발표한 '미래 유망직종 톱 10'을 보면 데이터분석가(1위), 통계 분석가, 정보보안전문가, 청각학자, 초음파 기사, 수학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컴퓨터시스템 분석가, 언어치료학자, 보험계리인이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교육부 자료인 2017년 한국 학생 희망 직업 순위는 선생님(초·중·고 공통 1위), 경찰, 의사 등이다. 미래 직업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인다.

프랑스, 미국, 핀란드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수학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해 수학적 사고방식을 일반교양으로 보는가 하면, 수학적 문제해결력을 수학교육의 근간으로 인식해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수학은 질서와 규칙, 논리 정연한 의사소통, 문제해결 능력으로 대변되는 학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사칙연산(+ - ×÷)에 힘을 줘 수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낳고 있다. 수학과 관련한 학생들의 희망 직업이 적음은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역량 강화 중심 교육이라는 패러다임 변화에 국회는 지난해 10월, 과학교육진흥법을 '과학·수학·정보 교육 진흥법'으로 개정해 시행령 등을 바꿨다. 오는 4월 2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법률에 따라 수학교육 진흥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남수학문화관 개관 및 수학교육콘퍼런스가 14일 창원컨벤션센터와 창원시 성산구 반지동 창원중앙중학교 내 경남수학문화관에서 열렸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등이 경남수학문화관 개관 기념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어떻게 운영되나 = 교육부는 '수학문화관 건립 기초연구'를 통해 수학문화관 건립 현실화를 제시했다.

경남교육청은 2015년 8월 개관한 양산수학체험센터의 성공적인 모델을 기반으로 수학문화관 조성 지원 사업 기관으로 선정됐다. 교육청은 지난해 1월 수학문화관 장소로 창원중앙중을 정하고 교실 재배치와 수학콘텐츠 개발·연구에 나섰다. 특히 지역별 수학 토크콘서트를 진행해 수학 교육 패러다임 변화를 알려왔다.

경남수학문화관은 △수학 콘텐츠를 통해 놀이형 체험활동을 하며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수학어드벤처관' △수학적 호기심과 동기를 유발하는 '체험탐구관' △수학 관련 책을 읽고 보드게임 등을 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수북(數book)카페' △코딩과 프로그래밍 교육에서 수학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SW교육체험실' △수학 성적과 적성·진로에 대한 고민 상담과 수학 자신감 회복을 도와주는 '수학클리닉실' 등을 운영한다.

행사 참석자들이 경남수학문화관을 구경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프로그램은 △방문하는 학교를 대상으로 수학문화 속으로 '얼쑤(數)좋다' △가족과 함께하는 '주말 수학데이' △소규모 학교 차량 지원 사업을 통한 '찾아오는 수학체험교실' △방학기간 '체험수학캠프' △수학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위한 '수학클리닉' △변화하는 수학교육에 대한 소통과 수학 문화 대중화에 이바지할 '학부모 수학아카데미' △교원 전문성·역량 강화를 위한 '체험수학 연수' 등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대한민국 최초 수학문화관인 경남수학문화관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수학체험센터 구축의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남수학문화관 이용을 희망하는 학교와 학부모, 시민은 누리집(gnmc.gnse.kr)과 전화로 예약 신청한 후 방문하면 된다.

"수학 혁신을 수업 혁신의 강력한 엔진으로 삼겠다"고 밝힌 박종훈 교육감은 경남수학문화관에 철학을 담을 것을 지시한 바 있다. 교육청은 창원 경남수학문화관과 양산·밀양·김해 수학체험센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진주·거창·거제 지역에도 센터를 추가 건립해 수학체험교육 벨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 아이가 경남수학문화관에서 체험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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