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아트' 23점 중 3점만 불태운 예술제
'화재·환경오염' 운운 무지 결과 아쉬워

한국 신문과 방송이 북한 여자 뒤꽁무니를 쫓아다니기 바쁠 때, 외신들에는 뜨거운 취재 열기의 올림픽 문화축제가 있었다. -현송월, 김여정 등 방남으로 인한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에 딴죽을 걸자는 게 절대 아니다- 세계인들의 도전과 화합의 축제,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가 운영과 흥행에서 성공적 개최란 평가이다. 문화올림픽 공식 빅5 프로젝트인 '파이어 아트페스타 2018' 역시 호평을 받았다. 이 아트페스티벌은 자신의 작품이 '불멸'이기를 추구하는 예술가들과는 달리 버닝(burning)을 통해 소멸시켜 새로운 문화 창조를 시도하는 획기적인 기획으로 반향을 일으켰다.

강릉 경포 해변에 나무, 짚 등을 사용한 5 미터 이상의 친환경 조형물들이 바닷가 미술관을 조성하자 지역민, 관광객들 시선을 끌었다. 전 세계 외신들은 앞다투어 독창적인 아트 프로젝트 취재에 열을 올렸고 '반드시 봐야 할 자연과 예술이 조화로운 전시'라며 극찬했다. 미국 NBC,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이 먼저 알아본 축제의 진가는 '창조적 파괴'로 올림픽과 코리아의 정체성, 시대정신을 담았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의 방송사 OBS, 영국의 로이터(Reuters) 통신, 미국 뉴스방송국 CNN, 중국 중앙방송 CCTV, 시사주간지 TIME, 미국 일간신문 USA Today, 독일 공영방송 ZDF, 캐나다 최대 민영 방송사 Global news 등 수많은 해외 신문·방송들이 취재해갔다. 강릉 경포대해수욕장을 방문한 2022 베이징올림픽 중국 참관단도 올림픽 성화에서 착안한 '파이어 아트페스타'를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때 벤치마킹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작품을 불태워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환경예술제는 부끄러운 내홍(內訌)이 있었다. 그래서 전 세계에 한국과 강원도, 예술문화를 홍보할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광고효과로 치면 수십억 달러 이상의 가치일 것이다. 불이 겁난다고 밥을 짓지 않고 생식을 하며 쌀로 식사하는지 모를 리더의 반대로 23점의 작품 중 3점만 불태웠다. 버닝을 해야 숨겨져 있는 조형성이 표현되는 작품은 포장을 뜯지 않고 전시를 마쳐야 하는 참담한 실상이다. 얼마 전, 전국 지자체 정월 대보름 보도자료를 보니 20미터가 넘는 '달집태우기'도 했는데….

최근 인재(人災)로 인한 화재 참사로 강원도 소방안전추진단과 협의하여 소방시설과 소방인력 배치 등 화재 예방에 만전을 기한 것도 무용지물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청이 주최하는 범국가적 잔치가 대의보다 소아를 고집하는 '하극상 정치적 몽니(?)' 앞에 지구촌 세계인과의 약속은 공수표가 되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나?

또한 위대한 촛불혁명의 진원지인 JTBC는 '화재가 난다'와 '환경오염을 시킨다'는 내용으로 이를 저녁 뉴스에 방송했다. 방송국에 전화로 편파적 방송을 항의하는 참여 아티스트에게 지방 주재기자가 만든 뉴스 운운했다는 후문이다. 공중파에서도 못한 종편의 역사적 특종에 자만한 뉴스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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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의 '문화 국가대표'가 미완의 축제로 끝날 운명인가? 성화(聖火)처럼 장엄하게 불타오르기 위해 유난히 추웠던 2018년 한겨울 동해 바닷가에서 창작열과 사명감으로 야외 작업한 예술가들을 위해서라도 진실이 알려져야 한다. 정부에서 만든다는 올림픽 백서에 금전적 흑자, 계량화된 성공사례보다 후세가 반복하지 않아야 할 적폐도 담겨야 한다. 나는 보았다, 예향이라는 올림픽 베뉴도시에서. 무지하고 옹졸한 옷걸이가 잠깐 맡겨지는 옷을 걸치고 마치 자신이 그 옷인 양 권세를 남용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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