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적폐청산…정당"
한국당 "선거용 정치보복"

뇌물수수와 횡령, 조세포탈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선 이 전 대통령은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무엇보다도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이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은 건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1년여 만이며, 역대 대통령 중에는 전두환·노태우·노무현에 이어 다섯 번째다.

정치권은 적폐청산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과 정치보복적 측면을 부각하는 자유한국당, 그리고 둘 사이에서 중도적 목소리를 낸 바른미래당 세 흐름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마련된 포토라인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대통령은 정치보복이라는 허무맹랑한 '나 홀로'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20개에 달하는 권력형 비리와 범죄는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다. 그간 박근혜 정부 탄생에 불법을 동원해 기여한 대가로 법망을 피해 왔을 수 있지만, 국민이 촛불을 들고 권력형 부패와 비리에 단호해진 지금은 숨거나 피할 곳이 없다"고 밝혔다.

노회찬(창원 성산) 정의당 원내대표도 t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보복으로 따지자면 보복당한 건 이 전 대통령이 아니고 국민"이라며 "서민경제 살리겠다고 당선됐는데 결국 본인 경제만 살린 거 아니냐. 뇌물 액수가 드러난 것만 100억 원을 넘어서는 만큼 반드시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대변인 역시 논평을 내 "진솔한 반성도 사과도 없었다. 단지 정치 보복을 암시하는 경고와 엄포를 놓았다"며 "검찰은 성역 없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며, 중형으로 엄단해 비뚤어진 공인의식을 바로잡고 나라의 품격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그간 이 전 대통령 비리 논란에 비교적 조용한 대응을 이어왔던 한국당은 이날만큼은 강경한 어조로 문재인 정부를 성토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 전 대통령 검찰 소환 직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죄를 지었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하는 게 당연하지만, 복수의 일념으로 전전 대통령의 오래된 개인 비리를 집요하게 들춰내 꼭 포토라인에 세워야만 했을까?"라고 의문을 던지면서 "부메랑이 될 것이다. 정치보복, 남북·북미 정상회담, 개헌 등 모든 것을 지방선거용으로 몰아가고 있는 이 정권을 보면 나라의 미래가 참으로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1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는 9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오버랩된다. 정치보복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2009년 노 전 대통령의 비극으로부터 잉태된 측면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며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역사의 불행이다. 또다시 한풀이 정치가 반복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어떤 부패나 비리도 용납될 수 없지만 직전 대통령과 그 전 대통령 두 분이 연달아 이렇게 되는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의 참담한 심정도 헤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 상황은 결국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과 관련되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국회에 던지는 행위 자체가 바로 제왕적 발상에서 나온 독선과 오만"이라고 비판했다.

03.jpg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