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경찰이 '경남도지사에게 방사능 의심 우편물 배송 협박'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에게 '대전시민 일동'이라는 '불상'의 피의자가 방사능 의심 소포를 보냈다는 것이다. 소포는 한 대행에게 가기 전에 경찰이 수거했다.

화들짝 놀라 경찰서에서 어떤 우편물인지 확인했다. 우편물은 방사능 검출 여부 감식까지 벌여서 방사능 미검출로 확인됐다. 작은 소포 상자 안에 조그마한 깡통, 돌, 유인물이 들어 있었다. 노란색으로 칠한 깡통에 검은색으로 방사능 표시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유인물을 보자, 웃음이 났다. '핵 재처리실험저지 30㎞ 연대'라고 밝힌 단체가 이 '판도라의 상자'를 보관할 자신이 없으면, 3월 10일 광화문 광장으로 오라고 적어뒀다. 시민단체가 보낸 재치있는 행사 홍보물이었다.

인터넷으로 기사를 검색하니, 전국에서 비슷한 소동이 났다. 이 단체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청와대, 정부부처 등 90여 곳에 1·2차에 걸쳐 비슷한 우편물을 보내서다. 군·경찰·소방 합동 폭발물처리반이 소포 해체 작업을 벌인 지역도 있었다. 경찰이 불상자가 남긴 '없는 번호'라고 공개한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봤다. '핵 재처리실험저지 30㎞ 연대' 관계자가 전화를 받았다. 소포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7주기'를 맞아 핵폐기물의 위험성을 알리고자 기획한 퍼포먼스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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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기획자 2명에게 전화를 했다. 이들은 지난 10일 행사를 마치고 공무집행방해, 협박 혐의로 각각 대전, 경기도에서 경찰조사를 받았거나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과잉 대응'이라는 기획자의 말이 틀리지 않아 보인다. 그 민감성을 핵 발전소 주변 지역에 가져달라는 호소가 절절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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