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발동동…교육·복지·여가부 정책 연계성 부족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워킹맘 김모(36) 씨는 학교 돌봄교실 추첨에서 탈락하자 회사를 그만둬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학교 정규수업을 마치는 오후 1시 이후부터 퇴근시각(6시 30분)까지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방과후학교(3강좌), 태권도·미술 학원으로 돌리고도 틈틈이 비는 시간 불안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교재비까지 40만 원에 달하는 사교육비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맞벌이 학부모들은 저학년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간식도 챙겨주는 초등돌봄교실에 큰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희망자는 많지만 학교는 이들을 모두 돌보지 못하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초등돌봄교실을 이용하고 싶지만 정원 초과로 대기 중인 학생은 732명(2월 2차 수용 결과)이나 된다. 도내 초등돌봄교실을 운영하는 학교는 모두 511곳인데, 초교 1~2학년 돌봄교실 대기자는 625명, 3~6학년 대상 방과후학교 연계형 돌봄교실 대기자는 97명이다.

창원, 거제, 진주, 김해 등 아파트 밀집단지 주변 학교와 과밀학급 위주로 돌봄교실 대기자가 집중돼 있다. 대기자가 25명인 창원시 의창구 북면 한 초등학교는 방과후학교 20개 강좌 역시 신청자가 많아 추첨을 통해 수강하도록 하고 있다. 이 학교는 돌봄교실 3교실을 운영하지만 내년 1교실을 더 마련할 계획이다.

초등돌봄교실 민원을 해결하고자 교육청도 방법을 찾지만 한계를 토로하고 있다. 교육청은 12일부터 16일까지 대기 학생이 있는 48개교를 방문해 돌봄 대기 학생 최소화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초등돌봄교실을 이용하길 원하는 대기자가 매년 많음에도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책이 없다. 학교 여유교실이 없어 도서관을 활용할 것을 권하는 등 방법을 찾고 있다. 학교는 기본적으로 교육을 하는 곳인데, 보육에 초점이 맞춰졌을 때 다수 학생의 교육 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 중 하나로 보육·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를 내세웠다. 교육부는 △방과후활동 △초등돌봄교실, 보건복지부는 △지역아동센터, 여성가족부는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아이돌봄서비스 △공동육아나눔터 등을 운영하지만 연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는 경남에 261곳이 있다. 저소득층 아동 방과후 돌봄을 위한 사회복지시설인 지역아동센터는 지난해까지 저소득층 90%, 일반가정(맞벌이) 10%로 구성해 운영했다. 올해부터 일반학생을 20%가량 받을 수 있게 바뀌었지만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우선권이 있다. 지역 여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2월 말 기준 창원 76개 지역아동센터 정원 2031명 중 1921명이 등록돼 있다. 과밀학급 지역은 지역아동센터에도 대기자기 있는 상태다.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는 아이돌봄서비스는 하루 이용 시간인 평균 4시간을 기준으로 하루에 2만 원이 넘는 비용을 학부모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각 부처별로 진행되는 돌봄서비스 문제점은 정부 내에서도 나왔다. 여성가족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주최로 지난해 12월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운영을 위한 현장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시·도교육청, 지방자치단체 업무담당자 등 500여 명은 '부처 간 분절된 돌봄서비스 사업을 통합·관리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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