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탐독> 끊임없는 자기성찰의 시간
2013년 등단·첫 번째 책 출간

9일 저녁 창원 더 시티세븐 43층 스카이라운지 파랑새에서 김유경(33·경남신문 기자) 시인의 첫 책 <일상탐독>(불휘미디어, 2018년 2월) 북 콘서트가 열렸다. 잔잔하게 진행됐지만, 조그만 공간 가득 메운 관객들로 북적였던 행사였다.

시인은 조곤조곤 말했고, 관객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하지만, 시인의 눈은 말을 할 때보다 입을 다물고 있을 때 더 많은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말이 되지 못한 마음들이 아직 많이 남은 까닭일 것이다.

김 시인은 2013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스트레스 많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문학의 끈을 놓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시 말해 그만큼 좌절이 많았을 테다. 글을 통해 드러나는 김 시인은 무던하고 묵묵히 인내하는 성격이다. 시인으로서 섬세한 감각은 이런 성격과 맞물려 사회생활에서 상처가 되기 쉽다. 문학 작품 소개란 핑계를 대고 그가 지난 4년간 꾸준히 써온 글은 그가 슬퍼하는 방식이자 사회로부터, 사람들로부터 얻은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이다. 하여, 이런 글을 옮겨 담은 <일상탐독>은 작가의 성장기라고 볼 수 있다.

"삶이란 사람마다 타고난 본 모습이 사회 환경에 따라 조금씩 훼손되는 과정입니다. 글쓰기란 자신의 본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이지요."

김 시인이 북 콘서트에서 밝힌 자신이 글을 쓰는 이유다. 하여, <일상탐독>은 살면서 문득 다가오는 순간들에 대한 시인의 대답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며 그냥 스쳐 지나지 못하는 생의 순간들을 묵묵히 곱씹는 마음 여린 시인을 상상했다. 글마다 인용한 문학 작품은 이런 시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였을 테다. 다시 보면 <일상탐독>은 김 시인과 문학 작품의 대화라고도 할 수 있다.

김유경 시인. /이서후 기자

그리고 새삼 그가 글을 참 잘 쓴다고 생각했다. '잘 쓴다'는 것을 누구는 기교의 문제로 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솔직한 자기성찰에 기대야 하는 일이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때로 초라한 부분마저도 드러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사람은 안다. 북 콘서트에서도 김 시인은 "왜 그렇게 개인 일기장에나 적을 사적인 이야기를 글을 통해 드러내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도 비치지 않은 속마음이 글이 되어 나오는 건 그럴 정도로 오랫동안 아프게 반추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김 시인은 제대로 슬퍼하고, 기뻐하며, 아파하고, 행복해하면서 그런 순간을 애틋하게 기억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의 글을 읽고 울었다는 독자가 많은 이유, 전영근(전혁림미술관 관장) 화백이 그의 글을 모티브로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 콘서트에서 김 시인의 눈에 서렸던 '말이 되지 못한 마음'들도 언젠가 글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건 아마도 시(詩)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의 다음 책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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