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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읽는 꽃 이야기]개나리꽃으로 피어난 공주

조현술 작가의 판타지 동화, 꽃 전설에 바탕 둔 '이야기'
새를 너무 좋아한 인도 공주, 황금빛 새에 속아 걸린 화병
병세 심해져 세상 떠났지만, 이승에 둔 황금새장 못 잊어
그 창살 닮은 꽃으로 피어나

시민기자 조현술(동화작가) webmaster@idomin.com 2018년 03월 12일 월요일

꽃에 얽힌 이야기가 동화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조현술 동화작가는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들을 소재로 문학적 상상력을 입히고 판타지의 세계를 담았습니다. 꽃의 생태와 꽃말 등을 흥미롭게 녹인 '꽃 동화'는 아이의 심성과 정서를 더욱 풍요롭게 만듭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꽃 동화'를 통해 세대의 간극을 넘어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건 어떨까요? 꽃의 전설과 설화에 창의적 사고를 더한 '엄마와 함께 읽는 꽃 이야기'는 격주 단위로 독자들과 만날 예정입니다.

조 동화작가는 198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돼 등단하였으며 경남아동문학상, 남명특별문학상, 경상남도 문학상 등을 받았습니다. 창작동화집으로 <아빠의 기도>, <엄마의 노래>, <까치골에 뜨는 달>, <오총사 파이팅>, <사랑을 노래하는 합창대>, <별들이 내리는 숲> 등을 펴냈습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복도로 합포만 전망대 옆 언덕 도로변에 개나리가 노랗게 핀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아주 오랜 옛날 인도에 새를 너무 좋아하는 공주가 살았어요.

궁전의 신하들은 그런 공주의 비위를 맞추느라 이곳 저곳에서 예쁜 새를 구해다 바치는 일에만 매달렸어요.

"공주 마마, 이 새는 파랑새인데 저 멀리 갠지스 강가에서 구해 온 것입니다. 새 소리가 참으로 곱습니다."

"오! 그대가 내 마음을 어떻게 그토록 잘 알았는가? 아바마마께 말씀 드려 벼슬을 높여야겠군요."

신하들은 백성의 살림살이를 돌보는 것보다 공주에게 예쁜 새를 구해다 바치는 일에만 더 열정을 쏟았어요. 그런 신하들을 바라보는 백성들의 불평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어요.

"우리가 차라리 온 나라 안을 돌아다니면서 예쁜 새를 구하여 공주에게 바치자. 그것이 출세하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길인 것 같아."

"맞아. 신하들이 저렇게 공주 비위 맞추기에만 정신이 빠져 나라 살림에는 관심이 없으니 말이야."

백성들은 자기의 맡은바 일은 하지 않고 엉뚱한 생각만 하게 되었어요.

어느 날 궁전 안에 이상한 소문이 퍼졌어요.

신하들이 궁전 안 여기저기에 모여서 수군거렸어요.

"공주님이 어느 신하로부터 아주 귀한 황금빛 새장을 선물로 받았대."

그때 공주와 가장 가까이 지내는 한 신하가 말했어요.

"나도 들은 이야기인데, 그 새장에 넣을 예쁜 새를 구해 오는 사람에게는 상금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준대."

"그뿐만 아니라, 그 새장에 넣을 예쁜 새를 구해 오면 여태까지 궁전에서 기르던 모든 새를 숲으로 날려 보낸다고 해."

궁전 안에서 신하들끼리 나누는 이야기가 순식간에 온 나라에 퍼졌어요. 백성들 사이에 이런 저런 얘기들로 헛소문이 나라 안에 파다하게 퍼졌어요. 백성들이 둘만 모여도 황금새장에 넣을 새 이야기를 했어요.

"이번에 공주의 비위를 맞춰 좋은 새를 구해가는 사람은 엄청난 상금을 받을 거야."

"그 황금의 새장에 넣을 귀한 새를 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겠니?"

"아! 공주의 마음에 드는 새를 어디 가서 구할 수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한 늙은이가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자신만만한 태도로 공주를 찾아왔어요. 그는 황금빛이 번쩍이는 신비로운 새 한 마리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왔어요.

"공주님, 이 황금새가 마음에 드십니까?"

공주는 첫눈에 그 황금새에게 반했어요.

"오! 이런 새가 있었느냐? 내 그대에게 후한 상을 주리라."

공주는 즉시 그 황금빛 나는 새를 황금 그물로 짠 새장 안에 넣었어요.

"공주 마마, 황금새가 눈에 부셔요."

"공주마마, 황금새장과 황금새가 너무 어울려요."

신하들이 황금새장 앞에 서서 공주의 비위를 맞추느라 이런 저런 얘기를 늘어 놓았어요.

공주도 그 황금새를 보고 무척 만족해하며 얼굴에 함박꽃 같은 웃음을 피웠어요. 공주는 아주 흐뭇한 웃음을 머금고 신하에게 말했어요.

"내가 약속한 대로 여태까지 가두어 둔 새장의 모든 새를 저 푸른 숲속으로 날려주어라."

새장 담당 신하는 공주의 명령대로 그 많은 새장의 문을 활짝 열어, 갇힌 새들에게 자유를 주어 모두 푸른 숲으로 날려 보내었어요. 그렇게 지저귀던 새들이 날아가 버린 공주의 궁전은 조용하기보다 오히려 적막하기까지 했어요.

다음 날 아침이었어요.

황금 새장을 돌보던 담당 신하가 숨을 헐떡거리며 공주에게 달려왔어요.

"공, 공주님! 큰일났어요."

"아침부터 무슨 큰일이라고 그러냐?"

"그, 그, 어제 들여온 황금새가 깃털이 빠지고 흉측스러워졌어요."

"뭐라고? 황금새가? 깃털이 빠지고 흉측스러워졌다고?"

공주가 놀라서 숨을 헐떡거리며 새장 앞으로 달려갔어요.

"아니 이럴 수가? 그 찬란한 황금빛의 새가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흉측스럽게 변하다니? 빨리 목욕을 시켜보자."

신하들은 공주의 성미를 아는지라 서둘러 따뜻한 물을 준비했어요. 공주가 손수 황금새를 깨끗이 목욕시켰어요. 목욕을 마친 황금새를 보자, 신하들과 공주는 분노해서 어쩔 줄을 몰랐어요. 황금새는 까마귀에 황금 칠을 한 것이었어요. 그 황금새를 가져온 사람은 이미 다른 나라로 멀리 도망친 뒤였어요.

그날부터 공주는 분을 이기지 못해 화병에 걸려 병석에 드러눕게 되었어요. 공주의 병세는 날로 악화되어갔어요. 온몸의 열이 불덩이 같고 밤에는 잠자리에서 헛소리까지 하더니,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공주가 죽었어요.

공주가 죽어서도 그의 넋은 황금빛 새장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가 없었어요. 공주의 영혼은 황금빛이 번쩍이는 그 새장을 잊지 못해 하늘 이곳저곳을 떠돌며 괴로워했어요. 그 공주의 넋은 황금새장의 장식과 닮은 꽃으로 피어나고 싶은 열망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기만 했어요.

'아! 내가 두고 온 그 황금빛 새장.'

'아, 나의 영혼이 황금새장처럼 좋은 꽃으로 피어나고 싶어.'

하늘의 신은 공주를 불쌍하게 여겨 공주의 영혼을 황금 새장 창살을 닮은 꽃으로 피어나게 해주었어요.

공주의 영혼은 그녀가 살던 뜰에 황금새장 창살과 흡사한 꽃으로 피어났어요.

작은 꽃봉오리가 가지마다 가득히 피어 봄햇살에 화사하게 황금빛으로 빛이 나는 꽃이지요. 우리가 말하는 개나리꽃이에요.

오늘도 공주의 영혼은 개나리꽃으로 피어나서 그 황금새장에 기를 새를 찾고 있어요. 그런데 새들이 개나리꽃에는 날아가지 않는대요. 왜 그럴까요? /시민기자 조현술(동화작가)

※개나리의 꽃말 : '희망', '나의 사랑은 당신보다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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