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돌릴 틈이 없을 정도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매개체로 한 남북 간, 북미 간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치는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제의에 이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의 대화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미처 예기치않았던 새로운 역사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휴전협정 이후 65년 만에 미국과 북한이 테이블에 마주앉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놀라움은 더할 수 없이 크다. 영국은 물론이고 중국·독일·프랑스 등 각국 언론이 이례적·파격적이라는 수식어로 대서특필하면서 '거대한 진전'으로 묘사하고 있는 현실이고 보면 핵에 대한 인류의 공포심이 얼마나 큰 것인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동안 북한이 약속을 깨기를 손바닥 뒤집듯하고 몰래 핵개발에 몰두함으로써 조성된 불신의 늪은 최대의 걸림돌이다. 김정은의 통 큰 결단과 처음으로 접하는 공개적인 유화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게 하는 본질적인 장애요인인 것이다. 경제적인 발전은 이루었지만 전쟁과 도발위험 속에 불안한 나날을 영위해온 남한으로선 아직은 전적으로 믿을 수 없다는 마음 한편의 불안심리가 이심전심으로 퍼져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정말 이번에는 세상을 화들짝 놀라게 한 대전제에 걸맞게 자유진영을 향해 던진 약속을 성실히 지킬 것인가. 그래서 남과 북이 신뢰의 손을 맞잡아 민족번영의 미래지향적 통일논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관건은 시작도 끝도 핵의 포기임은 더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신뢰가 전제되지 않는 한 한 치 앞으로도 나아갈 수 없다.

국제적 압박정책이 지속해 더욱 궁지에 몰리거나 반면에 제재 완화에 힘입어 한줄기 회생의 전기를 마련하거나 양자택일은 오로지 북한의 선택에 달렸다고 할 것이다. 불어오는 해빙무드가 고무적임은 분명하다. 계절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장벽을 열어 보이는 손짓도 그렇고 메시지를 전하는 과단성 또한 위장공세라는 항간의 의구심을 뿌리치기에는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믿음을 방해하는 많은 전례가 있는 관계로 기대와 우려는 반반이다.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나선다면 국면은 그들에게 우호적으로 전개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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