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의날 경남여성대회장서 숱한 폭로 이어져
"어머니를 강간해서 결혼했다", "여학생은 ·품평회 대상", 성폭행 피해자 사망 사연도

"47년 전 저희 어머니를 강간하고 평생 이 여자 저 여자에게 성폭력을 일삼은 72살 아버지를 성토합니다."

남성들에 의해 온갖 성폭력을 당했던 여성들이 광장에 섰다. 경남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들이 지난 10일 오후 창원광장에서 '세계여성의날 기념 경남여성대회'를 열었다. 이날 참가자들은 '미투(#MeToo)' 고백 등 성폭력과 성불평등을 외쳤다.

여성 10명이 '샤우팅(외침)'을 했는데 한 여성은 "아버지를 성토한다"고 무대에 올라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당했던 아픈 기억을 털어놓았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강간해서 결혼했다. 47년 전 영화를 보기로 하고 만나, 친구와 함께 어머니를 여관으로 끌고가서 친구가 보는 앞에서 강간을 했다. 아버지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일하러 갔다가 여자 문제 때문에 추방 당했고, 동네 과부와 불륜을 저지르다 들통 나기도 했다. 아버지는 평생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기 보다는 여자들한테 돈을 바쳤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하고 싶지만 재산이 빼앗길까봐 하지 못했다. 몇년 전 아버지한테 어머니가 잘하는데 왜 때렸느냐고 물었더니, '말을 더 잘 듣게 하려고'라 하더라. 왜 다른 여자를 만나느냐고 했더니, 아버지는 '나만 그러느냐, 내 주변에 다 그런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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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여성의날 기념 제30회 경남여성대회가 창원시청광장 일원에서 열렸다. 이날 경남여성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창원검찰청을 출발해 창원시청광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일호 기자

그는 "아버지의 여성에 대한 인식이 비뚤어져 있다. 가부장제와 천박한 자본주의에 평생 이 여자 저 여자를 강간했다. 저희 아버지를 성토한다"며 "온갖 왜곡된 성문화를 성토한다"고 말했다. 용기 있는 고백에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다.

학생들의 미투도 이어졌다. 한 여고생은 교육 현장에 만연한 성 불평등과 성희롱을 고했다. 그는 "선생님이 정관수술을 했으니 너희들과 성관계를 해도 임신이 안된다는 말을 하더라. 발언이 성희롱이라 했더니 부모한테 말하지 말라고 하더라"고 했다. 또 "하교길에 심심찮게 남학생들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 여학생은 품평회 대상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화 발언도 있었다. 지난 2004년 8월 성폭행 피해자가 사망하는 사건과 관련 최근 청와대 민원게시판에 재수사를 요구하는 글을 올린 피해자의 어머니였다. 그는 "그때 미투운동이 있었다면 딸은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재수사를 해달라는 청원을 해놓았다.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전업주부의 독박육아, 워킹맘의 육아와 가사 부담, 여성의 정치 참여와 비정규직 여성의 차별 등에 대한 발언도 있었다. 경남여성대회에 여자친구와 함께 한 김민우(26) 씨는 "남자들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내뱉는 한 마디가 여자들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에 공감하게 됐다"며 "그들의 미투에 나도 위드유하고 지지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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