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 지음
일본 교토 역사·문화 켜켜이
도자기에비친 시간의 흐름

도자기에 곁눈질하고 살아온 세월이 20년 남짓이다. 그렇다고 깊이 있게 공부하거나 취미를 붙인 것은 아니었다. 지인 몇 분과 아내가 도자기를 업으로 삼아 자연스레 그렇게 된 일이다. 지인의 지인이 전시회를 하면 찾아가거나 다른 공방이나 가마를 둘러보는 것은 일상 다반사다. 연애 빼고 모든 것을 책으로 배운다는 믿음으로 외국의 도자기 역사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인터넷 서점을 살피다 발견한 책이 조용준 작가의 '도자기 여행' 시리즈다.

출간될 때마다 한 권씩 구입해 읽었다. 그래서 책을 만난 순서는 책의 출간 순서와 일치한다. 2014년 <유럽 도자기 여행: 동유럽 편>으로 시작해서 북유럽, 서유럽을 지나 <일본 도자기 여행: 규슈의 7개 조선 가마>를 읽었고 최근작인 <일본 도자기 여행: 교토의 향기>를 읽었다.

이 책들을 만나기 전에는 인터넷 구글링을 통해 유럽과 일본 도자기들에 관한 단편적인 지식과 이미지들이 산재해 있었다. 한 줄기로 엮어 물 흐르듯 연결이 되어야 내 지식이 될 것인데 자료를 볼 때마다 새롭고 각각의 도자기들이 연관성 없이 따로 놀았다.

잘 꿰어야 보배인데, 흩어진 구슬들을 하나로 엮어줄 실과 바늘을 만난 셈이다. 서양미술사 공부하다 보면 태반이 서양 역사 이야기임을 깨닫는데, 유럽 도자기 여행과, 일본 도자기 여행도 결국은 도자기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 이야기다.

<일본 도자기 여행:교토의 향기> 조용준 지음

그렇다고 책에서 흔히 만나는 역사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책들은 저자의 글 솜씨와 더불어 결국은 다양하고 정확한 자료와 싸우는 일이다. 도자기라는 키워드로 아주 촘촘하게 짠 그물을 던져놓고 전부 걷어올렸다가 무엇이 필요한 것이고 그렇지 않은지 잘 선별해 바다에 돌려줄 것은 돌려주고 오래 묵힐 것은 시간을 두고 염장한 듯도 하다. 그물로 잡히지 않은 것들은 다시 공을 들여 두 번이고 세 번이고 포인트를 찾아 낚시로 건져 올린 것도 보인다.

<일본 도자기 여행: 교토의 향기>는 일본의 과거 1000년 동안 수도였던 교토와 다도계의 큰 스승 센노 리큐, 그리고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 이도 다완과 많은 찻잔, 도자기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일본 차와 도자기 문화에 우리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도 기술한다.

일반 독자의 기대치를 넘는 자료도 제법 꼼꼼하게 정리해놓았다. 오다 노부나가의 가보 목록이나 명물 다기, 가장 유명한 이도 10개 리스트, 센노 리큐의 7종 찻사발 목록 같은 것들은 궁금할 때 일부러 찾아보기 어려운 항목들이다.

이 책과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매끄러운 글을 생동감 있게 받쳐주는 직접 발로 뛰고 셔터 눌러 건진 사진들이다. 그 많은 가마터와 공방, 신사, 박물관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건 저자의 땀이고 노력이다. 그렇게 해서 쌓인 경험치는 또 얼마나 깊을까?

작은 꿈을 꾸어본다. 혹 '조용준 작가와 함께 떠나는 도자기 여행'이 있어 참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520쪽, 도도 펴냄, 2만 원.

/이정수 블로그 '흙장난의 책 이야기'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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