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추락 현장 생존 노동자들 트라우마에 시달려
대다수 아직 승인 안 돼 … "근로복지공단 적극 나서야"

거제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가 발생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사고를 목격한 노동자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산재 인정을 받는 것은 더디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는 지난해 5월 1일 골리앗크레인과 타워크레인이 충돌해 붐대가 떨어져 노동자 6명이 목숨을 잃고 25명이 부상을 당한 참사였다.

최근 이 사고를 목격한 김은주(56) 씨가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정을 받고,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에서 요양 시점, 휴업 급여 확인 과정 등을 거치고 있다. 공단이 최종 승인을 하면, 산재 인정을 받게 된다.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 측은 "김 씨가 아직 최종 승인을 받은 상태는 아니지만, 곧 승인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서류 보완 사항 등을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김 씨는 사고 당시 휴식 시간에 화장실에 가던 중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크레인이 넘어져 함께 일한 동료가 죽거나 다치는 광경을 목격했다. 이후 다른 곳에서 일할 때도 사고 현장이 떠오르고, 잠을 잘 때 와이어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 불안해서 잠을 들 수가 없어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지난 7월 병원은 김 씨가 사고 현장을 목격해 불안, 우울 증세를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후 김 씨는 지난해 12월 4일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에 산재 신청을 했고, 지난달(2월) 중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판정을 받았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로 산재 신청을 한 노동자는 현재까지 11명으로 확인됐다. 이은주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는 "근로복지공단 등을 통해 재해자 5명, 목격자 6명이 트라우마로 산재 신청을 한 것을 확인했다. 목격자는 지난 1월 말 20대 초반 노동자 1명이 산재 승인을 받았고, 최근 김은주 씨도 최종 산재 승인을 앞두고 있다. 나머지 사고 목격한 노동자 4명은 아직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근로복지공단이 더 적극적으로 사고 피해 노동자에게 산재 신청 과정을 안내하고 치료를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주 활동가는 "사고가 난 지 1년이 다 돼 간다. 트라우마 산재 신청 노동자들이 산재 신청을 하고자 병원을 찾으면, 지금까지 상태가 나아지지 않고 여전히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재확인하게 된다. 이분들은 산재 신청을 하고 있지만, 다른 노동자들은 여전히 고통만 겪고 있을 수 있다. 공단이 더 많은 사람에게 산재 요양신청을 안내하고, 적극적으로 당시 피해를 입은 노동자에 대한 치료를 도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 산재 승인을 앞두고 있는 김은주 씨도 더 많은 이들이 트라우마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아직 사고 후 노동자가 왜 아픈지, 왜 이상한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고통을 겪고 있지만, 사고 때문에 그렇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저도 처음에는 그랬다.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신청을 포기하는 사람도 봤다. 취직할 때 불이익을 당할까 걱정하기도 한다. 트라우마로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삶을 살게 되는데, 치료를 통해서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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