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놀 권리 보장에 정서함양 높이는 전통놀이 '주목'
협동조합 '놀라잡이'교사 등에게 전래놀이 지도자 교육
거제 내곡초·양산 평산초 학부모 땅따먹기 등 놀이 전수

놀이하는 인간이란 뜻인 호모 루덴스(Homo Ludens)는 1938년 출간된 책 이름이기도 하다. 놀이는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놀이가 교육에서도 큰 범주를 차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어린이 정책으로 어린이 쉴 권리, 놀 권리를 보장하는 나라를 강조했고 지방의회는 앞다퉈 어린이 놀 권리 보장조례 제정에 나섰다. '경남도교육청 어린이 놀 권리 보장에 관한 조례'가 지난 1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초등교육과는 올해 신설사업으로 어린이(유치원·초등학생) 놀 권리 보장을 내세웠다. 지역사회 시민과 학부모들이 모여 학교 안팎에서 전통놀이를 전승하는 움직임도 있다. 종류가 다양한 전통놀이는 몸으로 부대끼며 규칙이 명확하고 사시사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놀이문화 확산 '놀라잡이' = 3대가 어울리는 지역 놀이문화를 형성하고자 지난달 놀이문화교육공동체협동조합 '놀라잡이'가 김해시 장유 내덕동에 문을 열었다.

놀라잡이는 지난 2012년부터 놀이를 통해 인근 지역과 지역민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오랫동안 자원봉사활동을 해온 이들이 지난해 9월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다. 사회복지사, 전래놀이지도사, 보육교사, 동화구연지도사, 청소년상담사, 유아숲지도사, 자연환경해설사, 보드게임지도사 등이 조합원들이다. 모두 12명이 참여했다.

지난 2월 김해시 장유 내덕동에 문을 연 놀이문화교육공동체협동조합이 개소식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놀라잡이

김주원(49) 이사장은 "놀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놀라잡이는 방정환 선생님의 '어린이가 그들이 고요히 배우고 즐거이 놀기에 족한 각양의 가정 또는 사회적 시설을 행하게 하라'는 말을 실천하고자 하는 이들의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놀라잡이는 전통놀이·문화 확산을 위해 학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한 놀이 연수, 놀이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진행했다. 전래놀이 지도자 교육으로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사무실 개소식을 계기로 놀라잡이는 이전에 해 왔던 일을 체계적으로, 더 많은 일을 진행할 계획이다. 놀라잡이 조합원이 마을학교, 도서관, 카페에서 직접 놀이를 전승할 뿐만 아니라 어느 아파트 놀이터에서나 어린이들이 전통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학부모 지도와 교육에 방점을 둘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3세대 어울림 놀이학교를 꿈꾼다. 그는 "전통놀이는 가무, 경기, 겨루기 등 집단성과 낙천성 등 풍부한 정서를 함양할 수 있다. 노인이 부모들에게, 부모가 아이들에게 놀이를 전수해 3세대가 어울리는 시간과 공간 확대를 꿈꾼다"고 말했다.

◇모두가 즐거운 시간 = 요즘 학생들은 학원에 가야 놀 친구를 만난다. 놀 시간이 없고, 놀 공간이 없다. 심지어 놀 방법도 모른다.

행복학교로 지정된 거제 내곡초등학교 학생들은 오전 10시 20분, 중간놀이 시간 교실 밖으로 우르르 나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놀고 있다. 고무줄놀이, 사방치기, 공기놀이…. 부모 세대들에게 익숙한 추억의 놀이를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요즘(?) 아이들이 즐기는 모습은 생경하기까지 하다. '검은색 긴 고무줄이 과연 어디서 났을까?' 하는 의문부터 든다.

내곡초 학부모 놀이 동아리가 있어 즐거운 어울림장이 가능했다. 학부모들은 시간이 생겨도 놀이를 잘 몰라 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에 직접 와서 가르쳐 주고 있다. '그냥 같이 놀아주면 되지' 하고 쉽게 생각하면 오산이다. 학부모 놀이 동아리 회원 80여 명은 가물가물한 옛 기억을 되살려 규칙을 새롭게 정하고 다듬는 과정도 거쳤다.

신기해하기만 하던 아이들은 금방 규칙을 익히고 재미있어 했다. 이렇게 학부모들이 알려준 놀이는 담장을 넘어섰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바닥에 선을 긋고 땅따먹기 놀이를 하는 등 지역 놀이문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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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첫째·둘째는 거제 내곡초교 학생들의 고무줄·땅따먹기 놀이 모습. /도교육청
마지막은 놀이문화교육공동체협동조합 놀라잡이가 만세를 하고 있다. /놀라잡이

이처럼 지난해까지 전통놀이로 특색을 드러낸 내곡초는 올해도 다양한 활동을 추가해 이어나갈 계획이다.

양산 평산초등학교에도 놀아주는 부모 모임이 있어 80분 몰입 수업 후 30분 놀이 수업시간, 학부모는 다양한 전래놀이를 준비해 학생들과 함께 줄을 넘기며 놀이를 한다.

전통놀이 시간을 확보하는 학교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놀라잡이는 학부모들이 추억을 되새기며 재능 기부하고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전통놀이 지도자 양성' 과정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교육청 역시 투호 놀이, 제기차기, 굴렁쇠, 널뛰기 등 돌봄 교실을 이용하는 초등 저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전통놀이 문화체험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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