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을 지나며 한반도에 평화의 새싹이 움트는 기쁜 소식이 날아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을 만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한마디로 파격과 용단을 보여주었다. 오는 4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리게 되면 분단 이후 최초로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남한 땅을 밟는 역사적 사건으로 남게 될 것이다.

더욱 놀라운 일은 지금까지 핵보유국이란 지위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던 김 위원장이 북한의 체제 안정을 보장한다면 굳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명백히 밝혔다는 점이다.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고, 군사적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허심탄회하게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힘에 따라 이제 북미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었다.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남북 합의는 평창올림픽에 참가한 북한대표단과의 대화 과정에서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과 북한, 일본과 중국이 각국의 잇속만 앞세워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동안에도 문 대통령은 전쟁 반대와 평화적 해결 입장을 확고하게 견지하였고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한 신뢰로 화답한 셈이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일단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대화를 고집해온 트럼프 대통령도 남북합의가 매우 긍정적이라며 전 세계에 위대한 일이라는 평가를 내놓았으니 그의 말처럼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기대할 일이다. 앞길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일본은 당혹해하며 남북합의의 의미를 애써 폄하하고 있다. 중국은 환영의 뜻을 보이면서도 한반도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관망하던 러시아도 중재자로서 역할을 도모할 기세다.

언 땅이 녹는 신호는 왔지만 지나친 기대도 금물이다. 비핵화 프로세스, 북미관계 정상화, 전쟁 위협 제거, 평화체제 구축까지 가려면 갈 길이 멀다. 실제로 구체적인 사안과 맞물리게 되면 남북관계를 둘러싼 주변국의 이해를 조율하고 국민적 합의의 동력을 이끌어내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다. 남북 정상이 핫라인을 개설하기로도 합의했으니 수시로 현안에 대한 긴밀한 소통과 협의를 통하여 평화의 기운을 몰고 오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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