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선거제도와 관련법을 바꾸어 정치개혁이라는 임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현실은 지방의원 정수와 선거구만 획정하는 지극히 초라한 성적표를 보여 주었다. 경남의 기초의원 정수와 선거구획정 문제를 두고 이번에도 도의회가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선거제도 변경이 어려워질 개연성이 크다.

이런 우려가 결코 빈말이 아닌 이유는 도의회가 지난 지방선거 때 선거구를 바꾸지 않고 날치기 통과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6·13 지방선거부터라도 현재 과반수의 비중을 차지하는 2인 선거구를 4인 선거구로 바꾸는 게 시민단체들의 핵심요구다. 소선거구제는 궁극적으로 표의 등가성을 침해하면서 특정 정당이 지역사회를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폐해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경남지역에서 자유한국당이 일당 독재에 가까운 정치지배가 장기간 가능했던 이유도 유권자들의 투표성향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선거방식 때문이었다.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80% 이상 득표를 하지 못함에도 현재 경남도의회 전체 의원 55명 중에서 48명에 이른다. 득표수와 의석수의 이런 불균형과 불합리는 궁극적으로 여론의 왜곡뿐만 아니라 정치구조의 기묘한 변형까지 가져온다. 자신들을 뽑아주는 유권자를 겁내는 게 아니라 자신들을 공천해준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줄서기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하자고 만든 지방자치제를 자신들의 자리욕심으로 인해 중앙 집중적이고 패권적인 권력에 복속하고 시간이 갈수록 강화되는 현상은 결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구조를 내버려 둔 채 정치의 기본을 바꾸고 상식을 회복하자고 외치는 건 정말 어불성설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재 도의원들이 4인 선거구 확대를 과연 얼마나 받아들일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의 선거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마당에 스스로 변화를 도모하기를 기대하기는 곤란해 보인다. 즉, 유권자들의 준엄한 심판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바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치개혁을 거부하는 집단이나 인물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발전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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