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보의 우화에 나오는 뇌물 '와이로'
청년실업 100만 시대 채용비리 근절을

'오직 나만 개구리가 없으니 인생의 한이다(唯我無蛙 人生之恨)'.

이것은 고려시대 문장가인 이규보(1168~1241)가 집 앞에 써놓은 글이다. 그가 이 글을 쓴 사연은 이러하다. 고려조 때 일이다. 임금이 궐 밖으로 야행에 나섰다. 산속에서 민가를 발견하고 그 집에 들렀다. 이규보의 집이었다. 집앞에 있는 생뚱맞은 글을 보고 임금은 사연을 물었다. 이규보는 그 사람이 임금인 줄 몰랐고, 자신이 세 번이나 과거시험을 봤지만 낙방했다는 말과 함께 차분하게 그 연유를 설명했다.

"옛날에 노래를 아주 잘하는 꾀꼬리와 목소리가 듣기 거북한 까마귀가 살았는데, 하루는 까마귀가 꾀꼬리한테 내기를 하자고 했다. 3일 후에 노래시합을 하는데 백로를 심판으로 하자고 했다. 이 제안에 꾀꼬리는 어이가 없었지만 월등한 실력을 자신했기에 시합에 응했다. 3일 동안 목소리를 더 아름답게 가꾸고자 노력했다. 반대로 노래시합을 제의한 까마귀는 연습은 않고, 개구리를 잡으러 돌아다녔다. 그렇게 잡은 개구리를 백로한테 뇌물로 가져다주고 뒤를 부탁했다. 시합이 열렸는데 백로는 까마귀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동안 꾀꼬리는 노래시합에서 까마귀에 패배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얼마 지나서 백로가 가장 좋아하는 개구리를 잡아다주어 자신이 패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은 실력이 있지만 뇌물 때문에 과거에 줄줄이 낙방한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임금은 '조만간 과거시험이 있을 것'이라며 자리를 떴다. 과연 그의 말대로 과거시험이 열렸다. 시제는 '唯我無蛙 人生之恨'이었다. 이규보는 매우 놀라고 나서 큰절을 하고 일필휘지로 답안지를 작성했고, 급제를 했다.

여기에서 '와이로(蛙利鷺·개구리로 백로를 이롭게 했다)'라는 말이 나왔다. 지금까지 이 말은 뇌물을 뜻하는 말로 회자하고 있다.

사실 '와이로'라는 말은 장년층에게 익숙하다. 일본말로 뇌물을 뜻하는 '와이로(わいろ)'이기 때문이다. 둘의 연관관계는 모르겠지만 공교롭게도 뇌물이라는 뜻을 함께 가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뇌물이 문제다. 오죽하면 김영란법이 생겼겠는가. 최근 공공기관 채용비리 실태조사를 한 결과 전체 1190곳 중 946곳에서 무려 4000건이 넘는 채용비리가 적발됐다. 나름 꿈의 직장이라는 곳이 채용비리로 얼룩졌단 증거다. 그 유형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힘있는 사람의 청탁에 의한 것이다. 비리의 뒷배에 권력자가 있었다는 것이자 '개구리'를 가진 자들이 힘을 쓴 결과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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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100만 명 시대. 미래의 주역인 청년들이 사회 출발의 시작점에서 좌절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실력이 아닌 배경이 없어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다면 이건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약 1000년 전에 이규보가 세상을 탓하며 '나는 왜 개구리가 없을까'라는 한탄을 했는데 지금의 청년들도 이런 한탄을 해야 한다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뇌물이 없는 세상은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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