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 변전소 부품 생산 사실 숨겨, 우회송전로 가능성 검토 막아
김민규 씨 문제 제기하다 해고…효성중 "일방적인 주장일 뿐"

밀양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한국전력공사와 효성중공업이 '밀양 송전탑 전문가협의체'에 핵심 쟁점에 대해 날조된 자료를 제출하고 위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효성중공업 측은 "일방적인 의혹 제기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김민규 전 효성중공업 차장과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7일 오전 서울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내부고발 기자간담회'를 했다. 김 전 차장은 지난 2000년 효성중공업에 입사해 전력영업팀에서 송전탑 강관, 가스절연개폐기(GIS), 변압기 부문을 담당했으며, 지난 2015년 내부 문제를 제기하다가 해고됐다.

김 전 차장은 이날 "당시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던 변전소 증설과 관련해 한전은 '8000A급 3상일괄형 가스절연개폐기(GIS)'가 생산되지 않는 근거로 효성 측 확인 공문을 제시했다"며 "하지만, 효성중공업은 당시 GIS를 생산했고, 납품도 했다. 한전은 변전소 증설에도 8년 575억 원이 소요된다고 한 주장은 완전한 날조"라고 말했다.

김민규(오른쪽) 전 효성중공업 차장과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가 7일 서울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내부고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밀양송전탑 전문가협의체 위원이었던 하승수(왼쪽) 변호사가 옆에 앉아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전문가협의체는 지난 2013년 6월 5일 밀양송전탑 대안 모색을 위해 국회 산업통상위 위임으로 40일간 운영됐다. 협의체는 주민과 한전 추천 각 3명, 여당과 야당 추천 각 1명, 여야 합의 추천 1명 등 9명 위원으로 구성됐다. 당시 협의체에서는 '고리-신양산 변전소 증설 가능 여부'가 큰 쟁점이었다.

주민과 야당 추천 위원들은 3개 선로 중 부하율이 가장 높은 고리-신양산 변전소 증설이 가능하다면 3개 선로 모두 선로 '증용량'을 통해 신규 선로인 밀양송전선로 없이 우회송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근거 자료로 효성중공업 카탈로그를 제시하며 8000A급 3상일괄형 GIS를 설치하면 변전소 신규 증설 없이 변전소 용량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한전은 현재 3상일괄형 GIS 제작 기술이 없고 '효성의 카탈로그는 과장돼 있으며, 실제로는 3상일괄형 GIS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효성 측의 공문을 제시하며 재반박하면서 논란은 정리됐었다. 또 한전은 변전소를 증설하더라도 터가 없는 탓에 새로 짓게 되면 비용으로 최대 8년간 575억 원이 든다며 밀양송전탑을 건설해야 한다고 했었다.

김 전 차장은 이에 대해 "효성에서 3상일괄 8000A급 GIS를 수없이 납품했고, 2010년 영광 1·2호기에 이 제품이 확실히 들어갔다"며 "8년이라는 시간은 원전 1호기 건설과 거기에 따르는 변전소 건설까지 걸리는 시간으로밖에 볼 수가 없다. 하지만, 변전소 공사는 소요시간이 3년이 안 걸리고, 길게 잡아도 4년"이라고 재반박했다.

대책위는 "이 문제가 진실대로 풀려갔다면 파행으로 끝난 전문가협의체는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었다"며 "이후 2013년 10월 공권력을 동원한 폭력적인 공사 강행으로 인한 엄청난 충돌과 주민 1명 자결, 100여 건의 응급 이송과 그 이후의 마을공동체 파괴와 같은 사회적 갈등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 전 차장은 △신한울 1·2호기 변전소 GIS(가스절연개폐기) 원가 부풀리기로 600억 원대 비자금 조성의혹 △신고리~북경남(밀양송전선로) 765㎸ 철탑 강관 등 500억 원대 부당 납품 △한전 광주전남 전력처장 아들 효성에 부정 채용 의혹 등을 제기했다. 김 전 차장은 "효성은 나에게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 직장이었지만, 그들이 한전과 함께 저지른 죄악에는 침묵할 수 없었다"며 "내가 한 일이 밀양송전탑 주민들에게 고통으로 다가갔다는 죄책감을 떨치고자 내부 고발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효성중공업 측은 "일방적인 의혹제기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효성은 8000A급 단상형 GIS는 상용화하고 있지만, 김 전 차장 주장처럼 3상일괄형 GIS는 아직 개발하지 못했다"며 "3상일괄형 GIS를 개발하려면 앞으로 3~4년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반박했다. 한전 남부건설본부 관계자는 "현재 공식 견해를 내놓을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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