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윤 시인, 문학평론가 데뷔
시인 30년·미술평론 20년 경험
새로운 문학 비평 자양분 삼아

지역에서 오랫동안 미술평론가로도 활동해온 김미윤(72) 시인이 최근 문학평론가로 데뷔했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가 쉽지 않은 나이다. 하지만, 그의 이력과 그가 하고자 하는 문학평론 방향을 알고 나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시인, 미술평론가에서 이제 문학평론가로 = 김 시인은 1986년 <시문학> 추천,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또 1995년 <문예한국>에 미술평론이 당선되면서 미술평론가로도 활동해왔다.

그는 미술평론가로서 특히 진해에서 활동했던 서양화가 고 유택렬 화백에 대한 글을 많이 썼다. 그리고 올해, 한국작가협회가 펴낸 계간 문예지 <한국작가> 2018년 봄호에 문학평론이 당선되면서 문학평론가가 됐다.

당선작 제목은 '문학적 구성요소의 상관관계에 대한 소고(小考)', 부제가 '미술과의 만남을 중심으로'다. 부제처럼 그는 미술과 문학이 만나는 지점을 평론 대상으로 삼았다.

"시나 수필이나 소설을 보면 미술 작품을 보고 감동해 나오는 게 많잖아요. 그런데 정작 그와 관련한 평론은 거의 나오지 않았어요. 시인으로 30여 년, 미술평론가로 한 20여 년을 보내고 보니 이제는 문학에 미술을 접목해야겠다 싶었어요."

영역 침범이 금기에 속하는 한국 학문 풍토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굳이 학문적인 연구가 아니라면 새로운 비평 방법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도전이다.

미술을 접목한 문학평론 구상은 3년여 전, 그가 '유택렬 화가론'을 쓰면서 시작됐다. 유 화백은 미당 서정주 시인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김미윤 문학평론가. /이서후 기자

"그때 유택렬 선생 작품을 중심으로 문학과 미술의 만남을 간단하게 썼는데,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미술과 문학 관계론을 제대로 하나 쓰자고 생각했었죠. 지난겨울 방에 들어앉아 정리한 게 이번 당선작이에요."

◇미술과 문학의 만남을 비평하다 = 김 시인의 이번 문학평론 당선작 '문학적 구성요소의 상관관계에 대한 소고'는 미술과 문학이 영향을 주고받은 사례를 보여주고, 그것에 대한 비평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문학으로 보자면 역사적인 베스트셀러인 <성서>와 이를 모티브로 한 그림들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라파엘의 '기적의 고기잡이', 산드로 보티첼리의 '동방박사의 경배' 등 수없이 많은 명화가 이에 속한다. 또 단테의 장편서사시 <신곡> 지옥편을 주제로 낭만파 화가 들라크루아가 그린 '지옥의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도 좋은 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추상화의 거장 김환기(1913~1974) 화백이 김광섭(1905~1977) 시인과 교류가 깊었다. 김 화백이 제1회 한국미술대상전에서 대상을 받은 추상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김 시인의 '저녁에'란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 따온 제목이다.

진해 흑백다방을 만든 서양화가 유택렬(1924~1999) 화백은 미당 서정주(1915~2000) 시인이 다방을 찾은 것을 계기로 그의 시에 심취한다. 유 화백은 서 시인의 시 '화사(花蛇)'를 모티브로 같은 제목의 작품을 두 편 남기기도 했다.

이런 예를 통해 김미윤 시인은 문학과 미술이 공유하는 지점이 있고, 그런 것들이 품은 의미와 상징을 적절하게 해석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시인에서 미술평론가로, 이제 다시 문학평론가로 발걸음을 시작하는 김 시인의 작업은 어쩌면 예술의 본질 그 자체를 찾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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