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촛불로 나라를 바로 세우기는 했지만 국회는 여전히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국민의 눈치조차 보지 않고 있다. 국회의 이런 무능을 두고 여야 갈등이라는 상황변수 탓으로 돌릴 수도 있지만, 서울시 광역의원들의 선거구 획정을 두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보인 묵계와 야합은 서로가 서로를 알리바이 삼은 결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선거법과 관련한 국회의 오만은 정말 하늘을 찌르고 있다. 국회 스스로 대단한 일을 할 것처럼 만든 정치개혁특위는 선거법에서 정작 다루어야 할 사항보다는 선거구획정 하나도 근근이 하면서 정치개혁은 고사하고 국민의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 정치적 퇴행만 거듭하고 있다. 정말 국민이 얼마나 우습게 보이면 이런 짓을 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내용은 국민이 행사하는 표의 등가성을 침해하는 소선거구제의 폐지, 현행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요구와 더불어 소수자 및 계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는 비례대표제 확대였다. 하지만, 이런 구체적인 의제는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고 지방의원의 숫자문제 하나만 가지고 여야가 정치개혁특위에서 법적 절차와 합법성을 무시하면서까지 오로지 난장판을 벌였다. 물론 특정 정당의 몇몇 의원들에게 책임이 더 있으니까 이것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할 순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정치적 지각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이런 구차한 변명 이전에 국민의 눈과 귀를 조금이라도 의식하고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선거법이나 제도와 관련하여 국회가 제대로 일을 못한다는 사실은 정말 분명하다. 사정이 이렇다면 입법부에 자신들이 선출되는 선거법과 제도를 만드는 권한을 이제는 제한할 필요가 있다. 왜냐면,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사안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전혀 갖지 못하고 사심으로 가득 찬 행위만 거듭하면서 정치발전이 아니라 퇴행적 행위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시대의 민주공화정이 제대로 정착되려면 국회의 입법권한 중에서 선거법과 제도는 선거관리위원회로 이관하는 방안을 이제는 고민해야 한다. 개헌은 이런 내용과 방향을 담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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