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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지킴이]이창수 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총무)

우리가 토박이말 알리기에 나서는 까닭

이종현 기자 bell@idomin.com 입력 : 2018-03-06 10:29:26 화     노출 : 2018-03-06 10:44:00 화

진주에서 토박이말을 연구하는 사람이 있으니, 한 번 만나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런데 초반부터 막혔다. '토박이말'이 무엇인가다. 다행히 사전을 검색해 보니 곧바로 나온다. 익숙한 용어인 '순우리말'을 뜻하는 말이다. 필자 역시 글쓰기를 생업으로 삼고 있는, '언어'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기에 흥미는 있다. 다만 흥미와 동시에 걱정도 있다. 언어는 자연스레 사용되고 사멸하는 것이고, 누군가가 억지로 '쓰자'거나 '쓰지 말자'고 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품고 토박이말바라기의 두루빛, 진주 신진초등학교 이창수(45) 교사 만났다.

토박이말바라기의 '두루빛'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창수 교사는 진주 신진초등학교의 교사다. 98년부터 교단에 선지 올해로 딱 20년 차라고 한다.

"첫 발령은 함양이었습니다. 함양에서 4년 정도 있다가 결혼하면서 창원으로 가게 됐어요. 창원에서 11년 정도 근무하고, 2013년에 진주로 왔습니다. 1년 정도 사천에 갔다가 다시 진주로 왔는데, 신진초등학교에서는 올해로 3년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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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수 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총무). / 이종현 기자

인터뷰를 위해서라곤 하지만, 정말 오랜만에 초등학교 복도를 걸었다. 걸을 때마다 삐거덕거리는 마룻바닥은 옛 향수를 자극한다. 아이들이 뛰노는 운동장과 복도와 교실의 갈색 마룻바닥, 초록색 칠판. 이런 풍경들이 낯설면서도 친숙하다. 초등학교의 옛날과 지금, 모두를 알고 있는 교사가 보기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놀이와 공부, 이 두 가지의 비율 변화가 가장 큰 차이라고 봅니다. 제가 어릴 때는 학교 가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노는 데 집중했어요. 하루 내내. 팽이나 딱지, 구슬 등. 놀이가 8~9라면 공부가 1~2 정도였죠. 그런데 요즘은 공부가 9 이상이고, 놀이는 1도 안 되는 거 같아요. 초등학교인데도 아이들이 공부에 치이고 있습니다. 안타깝죠."


토박이말, 우리말의 뿌리

아이는 아이답게 자라는 게 좋다는 이창수 교사. 그는 현재 인성부장(과거 생활부장)을 맡고 있다. 인성부장으로의 업무에 토박이말을 접목했다고 한다.

"사람의 됨됨이는 말을 보면 안다는 말이 있잖아요. 인성 교육에 토박이말을 접목하고 있습니다."

이 교사가 토박이말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을까.

"특별한 계기 같은 게 없어요. 그래서 저는 피가 이끌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릴 때는 몰랐는데, 제 조상님들은 일제강점기 때 창씨개명하고 단발령을 할 때 그걸 피해서 진주에서 시골로, 지리산 밑으로 피신하신 분들이에요. 일본사람들이 하라는 거 못 하겠다고, 일본어를 쓰고 가르치고 하는 거 듣지도, 보지도 못 하겠다며 은둔하신 거죠. 이런 조상님들의 피가 저를 토박이말로 이끌지 않았나 싶어요."

국어국문학, 국어교육학을 전공한 이 교사. 원래부터 교사를 꿈꿨을까?

"아니요, 정말 어렸을 때의 꿈은 관광버스 기사였어요. 제가 산청 출생인데, 차가 많은 대도시는 아니다 보니 차를 몰고 다니는 기사님들이 너무 멋져 보였어요. 그러다 공부를 좀 하면서 하고 싶었던 건 기자였어요. 고3 때 신문방송학과에 지원하려고 했는데, 원서를 쓸 무렵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혔죠. 그때만 해도 국립대에 신문방송학과가 많지 않았었거든요. 서울에 있는 사립대학 신문방송학과에 갈 성적은 됐어도, 가정 형편이 안 되다 보니 못 갔죠. 한참 고민하던 저를 설득한 게 가족들이에요. 학교 방송사가 있는 학교로 가라는 설득에 진주교대로 진학했고, 그때 우리말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이 길로 들어서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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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수 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총무). / 이종현 기자

토박이말을 공부하고, 또 알리고 있다곤 하지만, 어디까지나 본업은 교사다. 아이들이 최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그의 토박이말 활동의 근간은 아이들과 교육에서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왜 이렇게 공부를 힘들어하고 재미없어할지를 많이 고민했어요. 저는 그 원인을 우리말에 있다고 봅니다. 이야길 하자면 조금 길어지지만, 우리가 일제로부터 나라는 되찾았지만 우리의 글, 말은 되찾지 못한 상태예요. 우리 정치 제도가 민주화됐다곤 하지만, 우리가 쓰는 말은 민주화되지 못한 거죠."

그는 지금 우리가 쓰는 말을 두고 뿌리가 없는 상태라고 표현한다.

"화병에 담긴 꽃은 금방 시들어요. 뿌리가 없기 때문이죠. 언어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말이 있고 그다음에 외래어, 외국어가 있습니다. 일제의 흔적이라 할 수 있는 일본어나 영어가,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은 우리말의 뿌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토박이말이 곧 '우리말의 뿌리'라는 이 교사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과연 지금에 와서 토박이말을 살리는 게 바람직한 일인가' 하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언어는 그 말을 쓰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형성, 변화한다. 외래어와 외국어가 일상 속에 녹아있는 것은 그만큼 지금의 사람들이 외래어와 외국어에 친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토박이말이야말로 외국어 이상의 '모르는 언어'가 되어 있다.

'언어의 역사성'이란 게 있다. 쓰이던 언어가 더 이상 사용되지 않게 되고, 새로운 언어가 생겨나는 것은 언어의 기본적인 특성이라는 거다. 가람이 강으로, 다림방이 정육점으로, 버텅이 계단으로.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토박이말은 '자연스레 잊힌 언어'다. 이미 사용되지 않는 언어를 굳이 되살릴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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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박이말바라기 푸름이. / 이창수 씨 제공

"언어의 역사성이라는 걸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과연 '자연스럽게 잊힌 것인지'가 중요해요. 자연, 환경오염을 두고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에 직면해 있고, 이를 고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자연은 스스로를 훼손하고 파괴하는 게 아닙니다. 인간의 필요 때문에 환경오염이 발생하는 거죠. 만약 언어의 역사성을 설명하는 논리 그대로 환경오염에 대입하면, '환경오염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고, 인간은 이를 억지로 되살리려 노력할 필요가 없는 게 됩니다. 환경보호도 처음에는 그 중요성,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이게 대중들에게 각인되고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게 됐습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환경보호를 위해 나서고 있죠. 토박이말도 같아요. 우리말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강제로 파괴됐어요. 우리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란 거죠. 만약 언어의 역사성이라는 이론을 두고 우리말을 설명하려면, 적어도 일제강점기라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파괴되기 전의 우리말을 알고. 그다음 우리 스스로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이 교사는 토박이말의 다른 기능인 '정체성 확립'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말은 의사소통으로의 도구입니다만, 단순히 의사소통을 위해서라면 어떤 말을 써도 상관없겠죠. 글이나 말이 아니라 몸짓으로도 될 거고요. 언어란 우리의 삶이고, 우리의 삶이 언어입니다. 우리는 한국어와 한글이라는 우리말과 우리글을 쓰면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어요. 토박이말은 지금 일상에서 쓰이는 말보다도 더 '우리말'이라는 거죠. 같은 사투리를 쓰는 사람끼리 친밀감을 느끼는 것도 말이 가진 힘입니다. 말에 이런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억지로라도 일본어를 쓰게 하려 했던 거고요. 일제강점기에야 억지로 시켜서 어쩔 수 없었다지만, 요즘은 자발적으로 영어 유치원을 다니게 하고 하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 그 아이들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기도 전에 외국어를 배우고 있는 것이니까요."


일본식 한자 범벅의 교과서

'이해'가 아니라 '외우기'가 될 수밖에

토박이말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민족성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라는 말에는 공감하지만 썩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그런 필자에게 이창수 교사는 '교육'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토박이말이야말로 교육 문제 개선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지금 교과 과정에서 쓰는 한자는 대부분이 일본식 한자예요. 이 일본식 한자는 서양 학문을 일본에서 한자화한 거죠. 그러다 보니 한자를 공부해도 의미를 알기가 어려워요. 예를 들어서, 옛날 초등학교 6학년 과학책에는 동물을 포유류, 파충류, 양서류 따위로 나누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그 특성과 이름을 아느냐로 '우수아'와 '부진아'를 구분하였죠. 이 포유류, 파충류, 양서류는 모두 한자말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 한자말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어린 학생들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선생님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겁니다. 파충류는 길 파(爬), 벌레 충(蟲), 무리 류(類). '기는 벌레 무리'입니다. 파(爬)라는 한자 자체도 어렵거니와, 파충류가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파충류(爬蟲類)라는 한자로 악어나 뱀, 도마뱀 같은 걸 연상할 수 있겠습니까? 파충류가 왜 파충류인지 설명하기에 앞서 무작정 외우도록 하는 게 우리 교육이었습니다. 한자를 알고 모르고의 영역이 아니에요. 교과서의 일본식 한자를 읽기 위해 한자를 공부한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한자를 공부해도 우리가 '일본식 명명법'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거예요."

이 교사는 "앞서 언급한 정체성·민족성 확립은 토박이말의 기능 중 하나"라며, 토박이말의 다른 강점으로는 '쉬운 우리말'이라는 의사소통으로의 기능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교육은 '이해'가 아니라 '외우기'의 산물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쓰고 있는 언어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초등학교 수학 시간에 가르치는 것 중 '약분'이라는 게 있어요. 약분을 설명해줄 때는 잘 해요. 그런데 한 달 뒤 시험을 치면서 '약분을 해라'고 하면, 못 하는 애들이 많습니다. 왜 그런가 보면, 약분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거예요. 수학을 모르는 게 아니라. 나중에서야 '아, 약분이 그거구나' 하는 거죠. 이러면 공부에 흥미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가르치는 내용은 다 이해해도, 결정적인 단어를 모르면 '부진아' 같은 딱지를 붙입니다. 초등학교 교육 과정에서부터 이런 경우가 많은데, 나중 가면 더하고요. 어려운 일본식 한자를 걷어내고 쉬운 우리말로 가르친다면 공부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 시간과 노력을 저마다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에 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어른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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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박이말 알음알이 잔치. / 이창수 씨 제공

영어 등의 외국어를 공부하면, 단어의 어원을 공부하곤 한다. 이 교사는 어원을 알아보는 걸 두고 말을 이해하기도 쉽고, 그 이름을 붙인 과거 조상의 생각과 삶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어학 공부를 하면서 어원을 공부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무지개' 있잖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지개는 왜 무지개인지'를 몰라요. 그냥 '무지개는 무지개다'라 외우는 거죠. 영국 사람들은 무지개를 'Rainbow'라고 불렀습니다. 비(Rain)+활(Bow). 비 온 뒤에 보이는 활 모양의 현상이라고 해서 Rainbow라고 한 거죠. 우리 역시도 무지개를 무지개라고 부르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무지개는 무+지개입니다. '무'는 무서리, 무더위와 같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물'을 뜻하는 거고, '지개(지게)'는 '문(門)'을 뜻하죠. '물로 된 문' 같다는 의미에서 '무지개'가 된 겁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런 걸 가르쳐주지 않아요. '무'와 '지개(지게)'를 모르니 연상할 수도 없고요. 조상들이 이름 붙인 이유도 모른 채 외우고만 있습니다. 이런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요. 이미 교육 과정을 거친 어른들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제대로 된 우리말을 가르쳤으면 합니다.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라, 아이들이 보다 쉽고 좋은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에요."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교사는 현재 '토박이말바라기'라는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토박이말을 알리기 위한 활동은 꾸준히 해왔습니다. 교사들을 중심으로 동아리, 동호회 같은 활동을 하기도 했죠. 하지만 이런 소규모 활동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체감하고, 토박이말바라기라는 법인을 설립해 활동하게 됐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는 무척 다양한 업종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조직의 절반은 이 교사처럼 교사나 학교 종사자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병원·건설회사·보험·위생업체 등, 토박이말과 쉽게 연결 짓기 어려운 이들이다.

"다들 직접적으로 면식이 있거나 아는 분들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같이 활동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저 이전에 토박이말 살리는 일을 해오시던 분, 그리고 다른 분의 소개로 알게 된 분 등,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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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박이말바라기의 다양한 토박이말 관련 활동. / 이창수 씨 제공

토박이말바라기는 직책도 으뜸빛, 마름빛, 살림빛, 두루빛 등 생소한 명칭으로 이뤄져 있다.

"으뜸빛은 회장입니다. 마름빛은 이사, 살핌빛은 감사, 두루빛은 총무인데요. 저는 마름빛 겸 두루빛을 맡고 있죠. 법인에 전임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 보니 여러 일을 많이 맡고 있습니다."

토박이말을 알리기 위한 활동이라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할지 짐작하기 어렵다. 설립 이후 어떤 활동을 이어왔을까.

"토박이말을 주제로 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토박이말 교육을 특색 교육으로 하고 있는 진주교육지원청을 돕기나 교사 연수, 봉사활동, 여러 기관과의 울력다짐(MOU), 겪배움(체험학습) 등, 토박이말을 알리기 위한 활동입니다. 일반 어른들에게 토박이말을 맛보여 주는 활동, 그리고 학교 안에서 선생님들께 어려운 말을 쉬운 토박이말로 바꾸는 걸 보여주고, 그 의미를 알리는 활동. 장기적으로 토박이말을 위한 정책이 나오도록 하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선포한 토박이말 날(4월 13일)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잔치도 계획 중입니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참 많습니다."

이전부터 꾸준히 활동 이어오던 것에 더해 새로운 사업 욕심도 있다고 한다.

"올해 가장 하고 싶은 것을 고르라면 '토박이말 놀배움터(놀배움학교)'를 만드는 겁니다. 토박이말을 또 다른 공부 거리로 만든다면, 아이들에게 큰 짐이 될 게 뻔합니다. 그래서 놀이를 하면서 토박이말을 익힐 수 있는 놀배움터를 만들고자 합니다. 진주교육지원청이 토박이말 교육을 특색 교육 활동으로 삼고 있으니 진주에서 하면 더 좋을 테고요. 올해 문 닫는 학교인 '한평초등학교'를 '토박이말 놀배움터'로 만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토박이말, 어려서부터 가르쳐야

토박이말을 두고 '어려운 말'이라는 인식이 많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필자 역시도 '구순하다'(서로 사귀거나 지내는 데 사이가 좋다)나 '난딱'(냉큼 딱), '반물빛'(검은빛을 띤 짙은 쪽빛) 같은 용어를 보면 머리가 아프다. 이를 이 교사에게 솔직히 전했다.

"뭐든지 처음 보면 낯설게 느껴지고, 낯서니까 어려운 겁니다. 토박이말을 배우지 않은,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보기에 '어려운 말'로 느껴지는 건 자연스러운 거고요. 삶 속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말이니까요. 그래서 어려서부터 토박이말을 가르쳐야 합니다. 어린아이들이 토박이말로 된 교과서로 공부하면서 자연스레 토박이말을 익히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토박이말, 그러니까 우리말을 사용해야 한다는 말에 이해할만한 이유가 있다는 건 공감한다. 그럼에도 선뜻 '알겠습니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은, 이미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외국어가 우리 말 속에 녹아 있어서일 터다. 언어가 여러 기능을 가지고 있다곤 하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전달'이다. 아이들의 교육 문제와는 별개로, 이미 형태가 정해져 있는 언어를 억지로 토박이말로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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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박이말 놀배움터. / 이창수 씨 제공

"그 부분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예를 들어 IT 업계를 보면, 우리말이 거의 없습니다. 온통 영어죠. 당장 이걸 토박이말로 바꾸자고 한들,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저는 어렵다고 봅니다. 첫 단추가 잘못 꿰인 거죠. 모든 외래어, 외국어를 토박이말로 바꾸자는 건 아닙니다. 언어를 강제한다고 해서 쉽게 바뀌지도 않을 거고요. 다만 토박이말의 장점을 알리고, 또 외래어와 외국어의 지나친, 무분별한 사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걸 알리고 싶습니다. 이런 데서 신문이나 방송 같은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고요. 신문이나 방송의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신문, 방송에서 외래어나 외국어를 쓸 때 더 좋은 우리말은 없는지, 꼭 외래어나 외국어를 써야 하는지 생각해 보고 썼으면 합니다."

이 교사는 개인 SNS를 통해 '토박이말 맛보기'를 올리고 있다. 언젠가 이를 엮어 책으로 만들고 싶다고 한다.

"지금까지 하루 한 개 정도씩 꾸준히 써왔는데, 1500개 정도 되더라고요. 이게 책 10권 정도 분량입니다. 이제까지는 개인 SNS에만 올리고 말았지만, 이걸 인터넷에만 둘게 아니라 책으로도 엮을 생각입니다. SNS가 많은 사람들이 보기는 좋지만, 그래도 책으로 만들어 두는 게 좋겠다 싶어서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토박이말에 익숙해졌으면 합니다."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도 토박이말에 대한 애정을 보이는 이창수 교사. 애정의 정도가 다를지언정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말, 우리글을 좋아하고 아낄 것이다. 글을 쓰면서 스스로가 외래어·외국어를 남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읽기 쉬운 글이 가장 좋은 글이라는 말처럼, 쉬운 말이 가장 좋은 말일 터다. 이 교사의 활동이 꽃피워 모두가 '쉬운 토박이말'을 쓰는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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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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