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여성 비하 인식 팽배한 현실
생각 큰 변화 없으면 사회 진보 못해

"선배는 여성에 관심이 많은 거예요, 여성 정치에 관심이 많은 거예요?" 지난주 경남선관위에서 열린 경남여성정치포럼에 참관했을 때 후배에게서 들은 얘기다. 내가 몇몇 '여성정치' 관련 행사에 참석한 것을 목격했던 터라 그리 물었을 것이다. 후배의 질문에 나는 망설임없이 답했다. "난 여성도 아닌, 여성정치도 아닌, 그저 평등에 관심이 많을 뿐이야."

답이 되었을 것 같다. 난 적어도 우리 사회가 제대로 평등해지려면 우선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권한이 지금보다 훨씬 확대돼야 가능하다고 믿는다. 남녀평등을 이야기할 때 우리나라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지수를 나타내는 방법엔 여러 가지 있는데,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여성정치인 수, 고위직 여성 수, 여성경영인 수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 여기에 동일 연령 여성의 급여 수준도 포함하면 남녀평등 지수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아마 더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현상 근저에는 오랜 세월 정착한 남성우월주의가 유전자처럼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커야 한다는 교육이 대대로 유산처럼 물려진 것도 한 원인일 것이다. 내가 초등학생 때 할머니의 눈치를 보며 부엌을 드나들어야 했던 것처럼. 그렇게 우리의 환경은 남녀의 역할을 구분했고 그 구분법에 따르지 않으면 이상한 녀석으로 치부받아야 했다. 그렇게 자란 한국의 남자들은 쉽게 여성을 폄하한다. 다시 말해 여자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어쩌면 이런 환경에서 자란 대한민국의 기성세대에게 남녀평등, 성평등을 이야기한다는 게 뜬구름 잡는 소리일 수도 있겠다. 지금까지 남녀평등을 화두로 삼아 지내온 세월이 얼마인가. 보수성향이 강한 남성정치인들 역시 언제나 입만 열면 남녀평등이었다. 하긴 남녀 불평등을 주장할 정치인이 어디 있으랴. 그럼에도 남녀불평등이 여전한 것은 그런 정치인들의 입에서 나온 주장들이 그저 공허한 말잔치일 뿐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보수적 성향의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여성에 대해 했던 말에서 한국 사회의 여성관을 엿볼 수 있다. 그의 발언이다. "이대 계집애들 싫어한다. 꼴 같지 않은 게 대들어 패버리고 싶다." "하늘이 정해놨는데 여자가 하는 일(설거지)을 남자한테 시키면 안 된다." "거울 보고 분칠이나 하는 후보는 안 된다." 같은 당 류여해 전 최고위원이 폭로한 말이다. "여자는 가만히 있는 것이 제일 예쁘다. 밤에만 쓰는 것이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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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처음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3·8세계여성의 날 기념식 축사를 통해 '미투'운동과 사회의 중요한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많은 사람이 몰라서 그렇지 여성의 날이 갖는 의미는 크다. 여성정치인이 많은 유럽 여러나라의 평등 인식과 정치·사회적 수준이 부럽다. 여성을 무시해서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변화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이날 적어도 아내와 딸들에게 장미 한 송씩이 선물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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