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랫동안 자신을 사랑하고 알아가는 것에 대한 답을 찾아왔다. 생애 초반에는 자아를 확장시켜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의 체험을 이어가며 인생의 후반부에는 자기(Self)를 실현해 자아(Ego)를 찾으려 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자아를 찾는 해답, 그것은 본성에 녹아 있는 진정한 나와의 끊임없는 소통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자아 이미지에 의존하지 말아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내면에 다양한 인격 요소를 갖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내면에 여러 개의 자아가 존재하는 것이 정상이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서 자기 모습을 다르게 드러내는 것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나'라는 사람이 언제 어디에서나 한결같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은 없다. 오히려 '나는 누구인가? 어떤 일을 잘 하는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라는 자기 개념(Self Concept)이 다양할수록 정신적으로는 더 건강한 사람이다.

이중적 지표가 심리적으로 건강하다는 징표

여러 가지 자기 개념들이 일관된 특징에 따라 구성될 수도 있지만, 한 사람의 내면에 서로 모순되는 특성이 한꺼번에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정체성을 구성하는 자기 개념들 간에 상호 모순되는 정도를 자기 복잡성(Self Complexity)이라고 한다. 한 사람의 내면에 있는 자기 개념들이 서로 이질적이고 모순적일수록 자기 복잡성이 크다고 한다. 서로 융합할 수 없는 이질적인 요소 모두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정신적으로는 더 건강하다.

언뜻 보면 '어떻게 저렇게 이중적일 수 있지?' 하고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이는 심리적으로 건강하다는 징표다. 상황과 맥락에 맞춰 자기 모습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유연하다는 증거다. 자기 복잡성에 관해 발표된 여러 연구 결과를 봐도, 자기 복잡성이 큰 사람일수록 스트레스도 잘 견디고, 우울증에 걸릴 위험도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기 정체성에 대한 분산투자가 필요한 때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하는 일도 많아졌고 살아가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그래서일까? '단순하게 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아니, 단순하게 산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단순하게 살면 당장에는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도 있겠지만, 정신 건강에도 좋다고 쉽게 말하기는 힘들다.

스트레스가 넘쳐나는 현실에서 마음 편히 살려면 자기 개념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 가지 자기 이미지(Self Image)에 과도하게 몰입해서 살아가면 안 된다. 단순한 삶이 아니라 '삶을 조금 복잡하게 만들어도 괜찮다'라고 여겨야 한다. 일 때문에 바빠도 짬을 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평소 듣지 않던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도시의 골목을 찾아 돌아다니기도 해야 한다. 익숙한 내 모습이 아니라, 또 다른 내 모습이 하나둘씩 더 자라날 수 있도록 새로운 자극에 나를 내어놓아야 한다.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러한 경험들이 쌓이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기 정체성도 더 풍성해지고 다채로워지는 것이다.

<자료제공 :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지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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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상용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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