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운전자와 택시 기사의 도로 위 싸움
외제차 남자에게서 느낀 '천민자본 근성'

어제였다. 진주 쪽으로 가기 위해 나는 장송네거리에서 우회전을 하려는데 진행 방향을 가로막은 차 두 대의 운전자들이 입씨름을 하고 있었다. 그때 신호등은 서쪽에서 오다 정지해 있던 차는 남쪽으로 우회전하고, 동쪽에서 오던 차들은 북쪽으로 우회전하는 중간 신호였다. 내가 진행할 방향으로 신호등이 열렸는데 벤츠 승용차가 길을 가로막고 있었고, 영업용 택시 한 대는 동쪽에서 진입하여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며 정지선에 정확하게 멈춰 있었다. 영업용 택시가 벤츠 승용차를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벤츠 승용차는 삼천포에서 진주 쪽으로 난 2차로 도로 바깥선으로 진행하다가 장송네거리에서 적색신호에 막혔던 것이다. 그러자 벤츠 승용차는 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가 진행하고 있는 우회전하는 차처럼 변칙을 시도하다가 좌회전 기다리는 택시에 가로막혔고, 내 차의 진로도 가로막게 된 것이다.

벤츠 승용차 운전자가 유리문을 내리고 택시기사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야 인마! 차 좀 치워!" 택시기사는 신호등을 보느라 미처 그 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다시 벤츠 남자가 발악하듯 더 큰소리로 외치면서 피우고 있던 담배를 택시 유리창으로 던졌다. 택시기사가 놀라 유리문을 내렸다. 벤츠 남자가 소리쳤다. "야 인마, 내 말 안 들려. 차 좀 빼란 말이야!" 그러자 택시기사가 대꾸했다. "보다시피 좌회전 기다리고 있는데, 무슨 소리 하는 거요?" "이 새끼야, 차 안 치워!"

택시기사가 문을 열고 내렸다. 벤츠 남자 앞으로 가서 소리쳤다. "도로교통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은 그쪽인데, 왜 나보고 차 빼라는 거요?" "이 자식이 뒈지려고 환장했나, 빨리 치워!" 그러는 사이에 신호등이 바뀌었다. 택시가 좌회전 해야 하는데 싸움 때문에 길이 뒤엉켰다. 벤츠 남자는 계속 소리쳤다. 택시기사가 몹시 화가 난 모양이었다. "비싼 외제차 몰고 다니면 우리나라 도로교통법 쯤은 무시해도 되는가?" 나도 차에서 내리고, 몇 사람이 차를 세워 놓고 두 사람의 언쟁을 지켜보았다. 그제야 벤츠 남자가 차를 후진시키더니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려 하자 택시기사가 앞으로 가로막고 섰다. 그러는 사이에 누군가가 교통경찰에게 알렸고, 금방 경찰차가 도착했다. 벤츠 남자에게 잘못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람들은 모두 갈길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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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일이 생길까. 차를 운전하는 사람 대부분은 외제차 모는 많은 운전자들은 운전의 기본 예의가 없다고 인식한다. 그들은 흔히 과속, 끼어들기, 신호위반, 양보 무시 등의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수입차가 늘어날수록 이런 불쾌함과 분노도 커진다. 왜 이럴까? 입에 담기 싫은 말이지만 '천민자본 근성'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위기 중 하나인 빈부격차 내용 중에는 천민자본 근성으로 인한 부끄럽고 추악한 시민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배째라! 하는 심리로 시민의식을 유린하면서 느끼는 병적인 쾌감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느는 것은 우리 현실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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