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정신력 무장한 '만능 스포츠맨'의 도전
겨울 훈련서 담금질 마쳐
올 전국체전 상위권 목표
비인기에 선수 수급 위기
"더 많은 관심·지원 절실"

근대5종은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펜싱·수영·승마·육상·사격 다섯 가지 종목을 하루 내내 겨뤄 승부를 가리는 까닭에 당일 컨디션이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한 종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고 해서 자만하거나 안심할 수 없다.

근대5종은 '낯섦과 까다로움'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치르는 종목이 나이대별로 구분된다. 육상과 수영을 기본으로 중학생은 사격을 덧붙여 근대3종을 치른다. 여기에 펜싱을 추가하면 고등부·일반부가 참여하는 근대4종이, 승마까지 겨루면 비로소 근대5종이 완성된다. 5개 종목 중 승마·펜싱·사격을 기능 종목, 수영·육상을 체력 종목이라 한다.

경기 진행은 펜싱(참가선수 전원이 한 사람씩 경기하는 풀리그), 승마(12개 장애물 비월경기), 수영(200m) 외 육상과 사격을 묶어 복합경기(레이저 런)로 한다. 복합경기 출발(20m 주행)에는 핸디캡 스타트(이전 종목 종합 점수에 따라 출발시간 차이)가 적용된다. 이후 사격(50초간 10m 공기권총 표적 5개 명중)-주행(800m)'을 4차례 반복, 총 3200m를 달리고 사격표적 20개를 맞혀야 끝난다.

개인전과 4종 기준 상위 선수 3명 점수를 합산하여 순위를 정하는 단체전, 3명이 한 팀을 이루는 계주가 있다. 종목별 기록을 점수로 바꿔 총득점이 가장 높은 선수·팀이 우승한다.

한 가지도 잘하기 어려운 세상에 4~5개 운동을 모두 해내라니. 보기에 따라 가혹할지도,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설령 해내더라도 '비인기 종목'이라는 서러움이 밀려온다.

하지만 여기, 그 한계에 도전하고 인식을 바꾸려는 이들이 있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여자일반부 단체전(4종) 동메달과 여자일반부 계주(4종) 은메달을 딴, 경남체고·경남체육회 근대5종 팀이다.

올해 전국체전 메달 획득·상위권 도약을 목표로 경남체고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경남체고·경남도체육회 근대5종팀.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현재 경남체고 팀은 신입생을 포함해 8명(남 5, 여 3)으로 구성돼 있다. 경남도체육회는 6명(남 3, 여 3)이 팀을 이룬다. 여기에 진해석동중학교 꿈나무 1명까지 더해 총 15명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중 경남체육회 최주혜는 국가대표로 활약 중이다.

이들은 △오전 6시~7시 50분 △오전 10시~낮 12시 △오후 2시 30분~5시 30분 △저녁 자율훈련으로 나눠 훈련을 진행한다. 유승찬 경남체육회 근대5종 전무이사는 그 과정에서도 '체력'을 가장 강조한다.

"근대5종 특성상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역시 수영과 육상이에요. 체력이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죠. 여기에 근력 운동을 덧붙여 겨울 훈련 일정을 채웠어요. 오전 일찍 수영을 하고, 펜싱 경기를 치른 뒤 오후 복합경기를 하는 식이었죠. 매주 수요일은 체력 회복을 위해 자율훈련으로 채우거나 오후 일정을 없앴는데, 선수들은 이를 '해피 수요일'이라 부르더라고요."

정신력도 빼놓을 수 없다. 하루 종일 경기를 치르는 근대5종 특성상 '페이스 유지'는 필수다.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고 설령 뒤처지더라도 경기를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 유 전무이사는 "고교 방학 기간 체고와 도체육회가 합동훈련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함께 의지하며 팀 워크를 단지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올해 전국체전에서 경남 근대5종은 상위권 도약을 목표로 삼았다. 남자고등부 개인전과 여자일반부 계주·단체전에서는 메달도 노린다. 남자일반부는 지난해 8위를 넘어 5위권 이상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남자일반부 주장 김대홍 선수는 "좋은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이어오고 있다"며 "부상없이 원하는 성적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고등부 주장 황시연 선수 역시 "지난해보다 컨디션이 좋다"며 "함께 밀어주고 끌어주며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내년이다. 특히 고등부는 선수 수급 위기를 맞았다. 올해 여자 선수 2명이 졸업 예정인 터라 내년 여자 단체 부문 출전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유 전무이사는 "중학교 연계육성이 절실하다. 현재 소년체전 수영 종목에서 발굴, 근대5종 선수로 전향·육성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며 "전국체전에서 근대5종이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등 비인기 종목 서러움도 떨쳐내고 있다.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근대5종을 '보는 재미, 개성을 엿볼 수 있는 종목'이라 말한다. 여러 종목을 같이 치러 지루할 틈이 없고 각자 자신있는 분야가 있어 개성도 잘 드러나는 까닭이다. 수영선수로 시작했지만 펜싱에서 더 큰 역량을 발휘했거나, 사격 성적이 뛰어나는 등 각자 사연과 열정이 한 걸음, 한 발에 녹아있다. 다가올 올해 전국체전에서 '만능 스포츠맨' 활약에 푹 빠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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